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3-01-30 14:59:36
조회수 5,410

전쟁사 이야기 57편 - 미중갈등과 병자호란

게시글 주소: https://mclass.orbi.kr/00061720912








 저는 역사 공부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역사 뿐만 아니라 각종 과학, 수학, 공학, 인문, 철학 등에 대해서 다양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나, 역사를 그 중에서 두드러지게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 세상이 불확실하고 어려운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혼란한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병자호란은 상대적으로 그 전에 발발하였던 임진왜란보다 덜 조명되는 역사입니다. 임진왜란과는 달리 우리가 패배를 하였고, 또한 그 기간이 짧으며 조선의 왕 인조가 강제로 끌려나와서 굴욕적인 내용으로 항복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임진왜란부터 인조반정, 이괄의 난(특히 얘도 너무 짧게 배움;;), 정묘호란부터 병자호란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한국과 중화권 역사에 매우 큰 사건들이었습니다.




 제가 비록 전문 역사학자가 아니라서 함부로 말하기 두렵지만, 아마 이 시기를 무탈히 잘 넘겼다면 이후 조선 후기와 근대화까지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결국 한일합방이라는 조선의 멸망이라는 결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사건들입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와서는 <최종병기 활>, <남한산성>, 웹툰 <칼부림> 등으로 병자호란 시기에 대해 다룬 매체가 많아졌습니다. 저도 또한 해당 작품들을 매우 좋아하고 자주 정주행합니다. 특히 웹툰 <칼부림>을 통해서 병자호란 이야기를 복습하다보니,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 속에 낑겨있는 한국의 현실이 잘 와닿더군요.





칼부림은 역사적 고증을 뛰어나게 잘 챙기면서도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으로 망신창이가 된 조선, 새로운 태양으로 떠가는 여진족과 금나라, 그리고 전통적인 패권국가이지만 계속 쇄락하는 명나라의 상황을 정말 잘 묘사하여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602916&weekday=wed








 간단하게 역사를 설명해보자면, 우선 임진왜란으로 7년에 걸친 장기전은 조선에서 일어났습니다. 전쟁이 어디서 발발했는지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똑같이 조선과 왜국이 벌이는 전쟁이라 하더라도 그 배경이 일본 국토였다면 전후에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매우 고통받았을 것입니다. 당연히 전쟁이 벌어지면서 시체부터 질병, 식량 부족, 약탈, 방화 등등 민간인도 많이 죽고 농경지도 박살이 납니다.




 그러나 임진왜란은 침략자인 왜국이 조선 반도에서 조선군과 7년에 걸친 장기전으로 이루어졌기에, 당연히 일본이 본거지를 두었던 부산을 비롯한 영남 지역은 초토화가 되었고, 그나마 이순신 장군 덕분에 곡창 지대인 호남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왜군을 결국 물리쳤긴 하지만 조선이 받은 피해만큼 넉넉히 배상금이나 물건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순신을 비롯한 주요 지휘관들이 전사하고 국방력이 약해집니다.




 임진왜란 당시 공을 세운 광해군은 선조 사망 이후 왕위에 오르지만 세자로서 뛰어난 리더쉽을 발휘하던 때와 달리 총명함을 잃고 안그래도 개판이던 나라 재정을 더 개판을 만들고 쫓겨납니다. 그 와중에 명나라의 요청으로 사르후에 조선군을 파병했다가 그 조선군도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덤입니다.




 결국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 반정이 일어나 인조가 왕위에 오르지만 인조도 선조의 손자 아니랄까봐 그닥 유능하고 뛰어난 지도자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약간 어설펐던 반란에 호전적으로 참여한 이괄이라는 장수를 정치적 이유로 논공행상에서 불리하게 처리해버립니다.










 이괄은 당시 강성해지는 누루하치, 후금을 견제하기 위해 임진왜란 이후 남은 국방력을 긁어 모아 북쪽 국경인 평안북도로 많은 군사와 함께 파견되었습니다. 그만큼 인조가 이괄의 능력을 신임했다는 것인데, 아니 신임을 하고 병력을 그만큼 쥐어줬으면 대우라도 섭섭치 않게 잘 해주던가 ㅋㅋㅋ




 누르하치의 강력한 기병에 대항하기 위해 파견된 조선군은 열심히 훈련을 했는데, 정작 그 총부리는 조선 조정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괄의 전력은 앞서 설명한 대로 부족한 상황에서 긁어 모아서 몰아주었기에 강력했지만, 부족한 명분과 이괄의 오판으로 연전연승을 하다 불과 한 번의 마지막 패배로 인해 와해되고 끝납니다.






자신의 아들을 역모 혐의로 압송하러 온 금부도사를 죽이는 이괄. 이괄의 난으로 내전이 벌어지는데, 미국 남북 전쟁이나 625전쟁이나 내전은 결국 해당 국가 안에서 싸우는 것으로 모든 피해와 후유증은 결국 그 국가와 국민들이 지게 됩니다







 이렇게 후금을 견제하기 위한 막강한 주력 병력이 이괄의 난을 통해서 싹~ 증발당한 이후 평안북도의 경계는 약해지고, 반대로 인조는 왕권에 위협을 느끼면서 조선의 국방력 강화보다는 자신의 안위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가 후금에게 쉽게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병자호란에서 수도로 맹렬히 진군한 후금군에 의해서 남한산성에 갇히고, 한달 좀 넘게 농성하다가 항복을 합니다.




 과거 조선이 처음 세워질 때 위화도 회군의 주요한 이유이자 명분은, 큰 나라를 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명나라는 건국 이후 강력한 패권을 통하여 동아시아의 질서를 확립한, 지금으로 따지자면 미국과도 같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이라는 나라가 슬금슬금 성장하더니 미국을 따라잡고서는, 한국보고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자기 아래로 내려오라고 하면 한국인들이 쉽게 납득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가 평소 짱!깨라고 불리면서 멸시하였던 중국과 마찬가지로, 오랑캐! 라고 부르며 멸시하고 과거에는 조선의 아래에서 빌빌 기던 부족 연합 따위가 이제는 강력한 구심점을 통해 국가를 세우고 조선을 뛰어넘고, 심지어 전쟁을 치르고 왕까지 항복을 했으니 당시 그 충격이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서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중원의 주인공이 되자 조선은 자신들이 명나라의 정통성을 계승한 유일한 후계라고 주장하며, '소중화' 사상에 빠져들면서 청나라를 배격하게 됩니다. 그런데 청나라는 이후 근대 열강들에게 갈갈이 찢기기 전까지, 심지어 산업혁명 직후의 영국보다 국력이 강한 나라였습니다. 그런 나라를 배척하고 고립을 자초하였으니 기술 도입과 근대화가 늦어진 조선은 결국 일본 제국의 식민지로 이어집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실제 군사력의 충돌로 까지 이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도화선은 바로 대만 통일 문제로, 2026년에 중국이 충분한 준비 이후 대만을 무력 통일하기 위하여 침공한다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386405






 저는 요새 미중 갈등과, 대만의 통일 문제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보다보니 최근에 재밌게 보고 있는 웹툰 <칼부림>에서 나온 병자호란이 과거만의 일이 아니라고 실감하였습니다.




 저도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고 오래 해 보았는데, 7 대 7로 하는 팀전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다른 게임도 비슷하리라 생각하는데, 저는 이런 게임을 할 때 가장 주목하는 것이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7명과 7명이 서로 동등하게 아무런 변수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부딪히면 한 쪽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저는 이런 다대다 싸움에서, 항상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합니다. 항상 미니맵을 주시하면서 상대방이 실수하는 부분을 찾은 뒤,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자주 구사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두명 정도의 적을 제거하면 그 이후의 게임은 매우 쉽게 굴러갑니다. 약한 고리를 먼저 공략하여 깨진 후 그 사이로 파고들면 나머지 5명이 아무리 막으려 해도 쉽게 막을 수 없습니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에도 비슷한 논리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고려와 거란의 전쟁에서, 거란은 송나라를 치기 전에 자기 뒤통수를 노리는 고려를 항상 주시해야 했습니다. 후방이 안정되어야 큰 전쟁에 모든 것을 부어서 집중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거란은 당장 눈 앞에 펼쳐진 강력한 중원의 송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고려를 먼저 타겟으로 잡습니다. 고려를 정복하거나 최소한 뒤통수를 치지 않게끔 해놔야 마음 편히 모든 전력을 송나라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송나라에 먼저 투입을 했다간 고려에게 뒤통수 칼침을 맞을 수 있습니다. 현대에서도 양면 전선은 모든 국가가 피하려고 합니다.




 병자호란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선과 명나라 중, 가장 약한 고리인 조선을 노려야 합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이며, 2000년대에 살고 있는 저도 게임을 할 때 이런 전략을 구사하고,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5백년 전에 고려도 똑같은 일을 당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대만 전쟁이 벌어지면 남북한이 끌려 갈 수도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끌려가서 피를 보게 되어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625150








 대만에서 전쟁이 난다면, 한국은 전혀 상관이 없으니 그 전쟁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반도체라던지 세계 공급망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긴 하지만 국가와 국민 입장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한국의 어느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터진 전쟁에 끌려 들어가서 희생을 당하고 싶겠습니까. 저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만약 대만을 무력 통일하기 위해 중국이 움직이면 반드시 불똥은 일본 뿐만 아니라 한반도로도 튄다고요.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한다면 가장 강력한 적은 뭐니뭐니해도 미국입니다. 물론 일본이 같이 참전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마치 송나라를 침략하기 전의 거란처럼, 명나라를 치기 전의 후금(청)처럼, 그들은 약한 고리를 가장 먼저 박살내려 할 것입니다.




 아쉽게도 동아시아 정세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한국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한국에는 주한 미군이 주둔하며 한국은 유일하게 미국만을 군사 동맹으로 인정합니다. 당연히 대만 근처에서 중국과 미국이 부딪힌다면 한국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 특히 한국에 있는 항공 기지, 제주도 등을 전초 기지로 삼아 중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거란이 송나라를 침략하든, 후금(청)이 명나라를 치든 우리는 상관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한국은 끌려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래왔습니다. 그 논리 또한 현대에도 적용이 됩니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최악의 경우 한국과도 전쟁을 치루어야 합니다.




 한국이 중국을 정말 좋아하던 싫어하던 결국 어떤 식으로든지 미중 전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제가 중국 군사 관계자라면, 미국과 싸우기 전에 먼저 한국을 공격하는 것을 생각할 것입니다. 미국보다 약한 고리이면서도 결국 한반도 기지를 통해 미군이 뛰쳐들어올 것이 뻔하니, 오히려 미중 전쟁 직전 빠르게 한국을 공격하여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 기지나 공항, 항공기 등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한국의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 또한 프랑스를 공격하기에 앞서 가장 약한 고리인 폴란드를 침공하여 후방의 안전을 도모하였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 중국이 한국을 건드리지 않고, 미국도 한반도를 경유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싸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절대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은 끼어들기 싫은 싸움에 억지로, 그리고 무려 가장 먼저 얻어 터지고 시작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여요 전쟁에서도 우리는 거란과 26년이라는 지긋지긋한 시간 동안 군사적으로 싸웠습니다. 다행히 귀주에서 거란군 주력이 박살났고, 그 덕분에 거란은 그 이전의 국력을 회복하지 못하였죠. 고려의 승리는 곧 세계 평화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https://namu.wiki/w/%EC%97%AC%EC%9A%94%EC%A0%84%EC%9F%81








 당연하지만 미중 전쟁이 발발할 지는 저도 모릅니다. 안 일어나면 가장 좋겠고요. 그러나 한국의 국민이자 혹은 외교관이라면, 반드시 역사로부터 이러한 점을 실감하고 알아두어야 합니다.




 이렇듯 현재의 불안한 정세에 대해 답을 알고 싶은 답답한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역사 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최근에 폼페이오 장관이 회고록을 통해 밝혔는데, 의외로 김정은은 주한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런 말은 결코 새로운 말이 아닙니다.




 이전에 저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회고록을 통해서도 보았지만, 주한미군의 존재는 가장 약한 고리인 한반도를 오히려 중국이라는 신흥 패권 국가로부터 지켜내는 방파제 같은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남한, 미국, 중국 사이에서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북한 스스로가 그것을 잘 알기에, 바로 자신의 남쪽에 존재하는 주한 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지켜주는 역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실제로 북한이 성명을 통해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중국의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야 옳습니다. 과거부터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남한의 주한미군 철수를 동시에 하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가 된다면 통일에 굉장히 근접하는 일이지만, 남한에서도 주한 미군이 철수하고 한반도가 덩그러니 남겨진다라... 왜 중국이 비핵화와 주한 미군 철수를 동시에 주장하는지 알겠죠?









 앞서 여러번 이야기 한 것처럼 요새 웹툰 <칼부림>을 보는데 너무 재미있습니다. 꼭 딱딱한 역사책을 권유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관련 매체를 다양하게 접하다 보면 결국 우리의 사고력과 상상력이 더 발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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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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