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의 기준] 여러분이 배우는 것은 수학입니까?
오르비를 통해 수학개념서‘수학의 기준’을 집필 중인 백경린입니다.
이번에 새로운 책을 내면서 수학의 기준이 기획된 취지를 소개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노골적인 광고는 아니므로, 공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19세기 라트비아 출신의 수학자 단치히는 장차 수학의 고전으로 불리게 될‘과학의 언어, 수’라는 책을 펴내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학교 교과과정이 수학에서 그 문화적 내용은 제거해 버리고 기술적인 것의 앙상한 뼈대만 남겨놓아, 많은 우수한 사람들을 쫓아버렸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목표는 그 문화적 내용을 복구하고 수의 진화를 심원한 인간의 이야기로 나타내는 것이다. 실제로 수의 진화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저 역시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으며 수학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어렸을 때, (나와는 별 상관도 없는 것 같은) 개념들을 익히고 무수한 계산을 반복하는 것이 수학인 줄로 알았던 저에겐 늘상 다음과 같은 고민이 따라다녔습니다.
‘대체 수학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걸까? 이런 게 과연 내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건가? ..등등’
(물론 이런 회의감은 단지 수학 과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지만, 수학은 상대적으로 투자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과목이다보니 고민의 양도 그에 비례했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위와 같은 고민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더군요.
그냥 그렇게 잊혀질 뻔 했던 고민들이 본의 아니게? 제가 학원계로 들어오게 되면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제가 하는 일에도 별 다른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수학자가 방정식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된다. 둘에 또 하나를 더하면 셋이 된다. ...’ 이러한 셈을 반복하기를 수 천년...
그러다가 문득, 어떤 천재적인 호모사피엔스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십니다.
'그렇다면, 하나에‘무엇을’더해야 셋이 되지?’(1+x=3)
오~호라! 방정식이란 단지 (평서문에서 의문문으로의) 생각의 전환이었던 것입니다.
1차, 2차 또는 고차방정식의 거창한 해법만을 익혔을 뿐, 정작 방정식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저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방정식에 관한 문제를 볼 때, 어떤 해법이나 공식보다 방정식 자체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자, 문제의 체감난이도가 확연히 낮아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다른 수학적인 개념에 대해서도 그 생각의 시작과 전환 지점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한 결과 제가 앞서 했던 고민들은 - 단치히의 표현을 빌리자면 - 수학의 앙상한 뼈대만 보고 내린 판단이었음을 알 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수학의 원형은 우리의 생각과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뼈대가 수학이라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이미 우리 안에 많은 부분이 공유되어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수학의 기준을 통해 이러한 이해가 공유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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