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03-28 09:54:39
조회수 17,415

여러분 수능은 체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게시글 주소: https://mclass.orbi.kr/00036882206





 굉장히 진부한 제목이지만,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제가 과거 고등학생 시절, 포항공대 입학사정 설명회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지덕체'에 대해서 말하더군요. 대충 무슨 뜻인지는 다 아실꺼고.




 그런데 포항공대에서는 이 '지 덕 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선순위를 이렇게 두더군요. '체 지 덕' 근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좀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어차피 공부 잘하는 학생들 뽑아놓은 곳이니까, 체력만 받쳐주면야 뭐 뭐든지 다 이룰 수 있으니 저런 진부한 말을 하겠지.




 근데 그 말을 전 이제서야 진정하게 중요한 의미로 깨달았습니다.







(제가 고딩때 포스텍, 카이스트를 포함하여 '스트' 대학들을 가고 싶었습니다. 근데 제 성적으론 택도 없더군요 ㅠㅠ

http://times.postech.ac.kr/news/articleView.html?idxno=4312)











 잠시 수능을 하루 동안 치는 일정을 살펴보죠. 대략 여러분은 6~7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8시 50분부터 국어 시험을 칠 것입니다(수능을 친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리고 시험을 치고 점심을 먹고, 또 시험을 쳐서 결국 약 오후 5시쯤 끝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 일과는 직장인에게도 보통 일과가 아닙니다.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운명을 걸고 여태 공부한 모든 지식과 집중력을 동원하여 하루종일 집중력과 긴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튼튼한 체력 없이는 마지막 탐구 과목까지 완벽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제가 삼반수때 쳤던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어려운 편에 속했었습니다. 그 덕분에 마지막 탐구시간의 물리는 잘 보았는데,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인 화학 탐구에서는 멘탈이 중간에 나가버렸습니다.










 화학 탐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 것입니다. 화학 탐구가 얼마나 ㅈ같고 비비 꼬아서 내는지... 저는 여태 화학 탐구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었으나, 아무래도 문제는 공부량이 아니라 체력인거 같더군요. 화학 탐구만 항상 모의고사에서도 점수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한 영국인 학생에게 한국 수능에 대해서 말해주었더니, 매우 크게 놀라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하루종일 시험을 칠 수 있냐. 나는 그 시간동안 그냥 앉아있지도 못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수능날 하루종일 체력을 유지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수능 만점자와 만점에 근접한 학생들을 깊이 존경합니다. 지식과 공부량 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갖춘 그야말로 문무겸비의 인재들인 것이죠. 그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자신의 역량을 다 쏟아부울 수 있는 체력을 갖추었습니다.









(저는 수능이 끝나고 수능 국어에 대한 1400쪽짜리 e-북을 출판할 정도로 제 스스로의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https://docs.orbi.kr/docs/7325/)










 (제 자랑을 좀 하자면) 저는 재수, 삼반수를 거치면서 정말 공부법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신감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제가 쓴 책에는 수많은 학원 선생님들과 제가 관찰해온 우수한 학생들, 제 스스로가 여태 성취하지 못한 것들의 이유, 여러분이 수능 국어를 어려워하는 것, 전쟁사를 통해 깨달은 인간의 인지과학적 오류 등등 제가 경험한 것과 지혜가 총집합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수능날 마지막 화학 탐구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제가 바라던 점수보다는 많이 부족한 점수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비록 공부 방법과 양에서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제 체력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원래 몸이 좀 안좋습니다. 어릴 적에 차에 치인 적도 있고, 편도선염을 자주 앓았었고 스트레스성 장경련도 겪었고, 재수학원에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자주 겪을 정도로 스트레스도 많았고 체력도 약했습니다.




 제가 재수때 수학을 무려 5등급!을 받았었습니다. 재수를 처음 하면서 자기관리를 할 줄 몰라서, 1년 동안 공부만 무작정 닥치는 대로 하다가, 수능 두달 전부터 심각한 불면증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수능날 박살이 났었죠.




 당시 매우 크게 좌절하였지만, 삼반수 때는 이 교훈과 또 재수를 하는 동안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제대로 한번 다시 도전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주말에는 줄넘기를 하루 1천개씩 하고, 재수학원에서 식사 시간마다 옥상으로 올라가서 간단한 걷기를 하며 산책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체력은 쉽게 향상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삼수때 마지막 화학 탐구에서 미끄러져 버렸습니다.










(체력은 그야말로 모든 활동의 기반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머리, 열정이 있다한들 체력이 부족하고 질병에 시달리면 그 잠재력을 뿜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보았는데, 거의 매일 헬스장을 가거나 걸어서 집까지 가는 식으로 운동을 하는 선배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워낙 스트레스에 지쳐있었기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잤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선배들을 좀 따라할껄 후회하게 됩니다.




 여러분 당장 모의고사 하루만 쳐도 정말 기가 다 빨리고, 다음날 오답정리를 하는 것도 매우 힘들지 않습니까? 수능 때는 그런 체력 소모가 훨씬 더 심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모의고사를 통해 공부뿐만 아니라, 자신이 5시까지 집중력과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도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자기관리'도 수능을 대비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저는 게으르기도 하고 어리석어서 잘 몰랐지만, 그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평소 실력 정도는 웃으면서 수능에서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처럼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평소 1등급 받던 수학을 5등급 받는 일은 없으실 것입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와서도 여러분은 여러 일을 할 것입니다. 연구를 할 수도 있고, 뭔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고, 연설을 길게 할 수도 있겠지요. 그 모든 것은 '체력'을 기본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수능에서 충분한 체력으로 시험을 잘 치른 학생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그 체력을 바탕으로 성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요새 살도 빼고 체력을 기르려고 한번씩 산책도 나가고, 헬스장도 등록하여 여러 근육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체력관리를 꼭 잘 하시길 바랍니다.

rare-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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