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수 [777025] · MS 2017 · 쪽지

2020-02-09 02:31:20
조회수 1,889

재수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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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이순간 갈 수 있는 대학이 한 군데도 없는 분께는 조촐한 응원과 함께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재수하지 마세요 여러분.


지금 재수를 아직도, 아직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그냥 제 생각을 전해드리는 겁니다.


곧 재수학원이 정규반을 여는데요. 재수학원을 이미 가기로 마음먹은 분도 있을테고, 혹은 추합으로 붙을 꺼같은데


딱히 대학이 마음에 안드는 분도 있을테죠. 물론 최초합으로 붙었지만 등록거부하신 분도 있을테구요.


만일, 갈 대학이 있다면, 그냥 가시길 바랍니다.


자신 있으시다는 말에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100명 중에 1명, 끽해야 2명만이 승리하는 경쟁구조입니다.


그 한 두명이 될 수 있다, 되야만 한다라는 생각으로 가득하실 겁니다.


재수 성공수기를 읽으면서, 다른 패배자들의 글은 읽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하지만, 그 패배자들 또한 여러분들과 같은 선택을 했던 이들 중 한명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2년 전에 신중하게 판단에 판단을 기하고, 나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걸고,


행동양식을 수립하고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재수를 단행했으나,


100명 중 1명이 되지 못했고, 그에 수반하는 책임은 큽니다.


자신감이 무너집니다. 내가 멍청했나? 아니오. 여러분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그저 1명이 너무 특출났을 뿐이죠.


방황하다가, 방황하다 또 마음을 다잡고, 과거에 물론 당시에는 열심히 공부했을 여러분들에게 


'게을러 빠졌던 놈'과 같은 낙인을 새기고 자신에게 더욱 무거운 족쇄를 채우며


다시 입시판에 빠지지만 또다시 1명이 되지는 못합니다.


거기서도...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큽니다. 실제로 재수보단 삼수의 성공률이 더 희박하지만,


무시하고 자신만을 맹신하며 묵묵히 갑니다.


거기서도 실패할 경우에는....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십니까


자기에 대한 과도한 불신,


자책감


증오


......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저는 만류했습니다.


물론 1년뒤 성공한다면 '아 그때 그 머저리가 썼던 글이 생각나네. 멍청한 패배자같으니' 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실패했을 시, 여러분이 느낄 책임, 부담은 전적으로 여러분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성공할수 있을 것이다','우리는 모두 특별하다'라고 배워왔잖아요.


하지만..모두 특별하다면, 특별하다는 개념은 사라지게 되고, 모두 성공한다면, 마찬가지로 아무도 성공하지 않은 것이


나 마찬가지죠.


1명이 되지 못한다해서, 99명이 죽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축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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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하神 · 822841 · 20/02/09 02:32 · MS 2018

    음....틀린말은 아닌것 같네요

  • Peep · 853568 · 20/02/09 02:33 · MS 2018

    이런 글도 필요함 굿

  • ㄱㄱㅊㅅ · 859784 · 20/02/09 02:35 · MS 2018

    너무 희망적인 것만 봐서도 안될 것 같긴 함
    성공 수기 글에 비해 실패 수기 글은 정말 적거든요

  • Triplet · 710704 · 20/02/09 05:30 · MS 2016

    재수의 성공이 원하는곳 합격일수도 있겠으나, 다른 의미로 배우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패배의쓰라림, 좌절감, 자기자신과의싸움을 이겨내는법 등등) 글쓴이님 말대로 지금 수능판이 엄청나게 고인건 맞지만, 수능을 다시보는 이유도 다들 제각각이고요. 누구에겐 자존심과 증명의 장, 누구에겐 그날 미끄러진 과거의 나를 향한 증오겠죠. 무엇이든간에 도전하는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이미 성인인걸요

  • 안산에안산다 · 701407 · 20/02/09 08:05 · MS 2016

    근데 이시기에 딱 한번 타협하는게 죽을때까지 타협만 하는 삶의 시작일 수도 있죠

  • 허삼수 · 777025 · 20/02/09 09:41 · MS 2017

    혹시 이지영 선생님 수업을 들으신 적이 있나요? 비슷한 말씀을 하신거같아서요. 저도 그분 수업을 듣고 좋아했던 분이지만, 죽을 때까지 타협만 하는 삶의 시작이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올해로 대학 졸업할 나이인데.. 재수를 안한 친구들도 나름대로 다른 분야에서 각각의 도전을 다 하고 있거든요. 어디까지나정도의 차이지 사람은 누구나 도전과 타협을 균형있게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뱃지가 좋으셔서 좀더 본인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보실수 있는거 같기도 하네요. 어디까지나 실패할 다수를 위한 글이었구요. 이 글을 보나 안보나 재수맘먹은 사람들 못말린다는거 다 알고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