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2017 수능 후기
벌써 수능 본지 열흘이 다 되어가는 판에 늦은 후기를 적어봅니다.
저에게 수능은 면접 보러 가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지균을 받았기 때문에 저는 최소한 세 개의 2등급이 필요했습니다. 과탐의 경우는 두 과목이 모두 2등급 이상이어야 하나 2등급으로 쳐줬습니다. 이걸 못 맞추면 서울대 면접 자체가 날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수능 날 아침은 간단히 장조림에 계란찜을 먹었고, 무난하게 도착하여 담임선생님을 뵙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이 같은 시험장에 몇몇 있었습니다.
0교시 때 저는 이원준 선생님이 배포하신 비문학 지문을 풀었고, 기분 좋게 다 맞았습니다. 뭔가 더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가로막았던 것 같고 1교시 국어시간이 다가왔습니다.
1교시 국어 시간 시작하기 전에 시험지 확인을 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연행가가 나와서 띠용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화작을 풀기 시작했는데 이런, 수능완성 비문학 지문에서 본 것 같은 내용이 화작으로 들어가있습니다. 하지만 푸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서 수월하게 풀었던 것 같습니다. 문법으로 들어갔는데 12번에서 막혔습니다. 마찰음 파찰음이 뭐더라 마찰음은 ㅅ인데...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1,5번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뭘 골라야할 지 계속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5번으로 찍고 넘어갔는데 13번이 또 신기한 게 나왔네요. 벙 하다가 5번 찍고 일단 넘어갔습니다. 15번에서 사동 피동을 물어보는데 사실 제가 이걸 잘 구분을 못합니다. 그래서 일단 그럴 듯 해보이는 걸로 찍고 넘어갔는데 비문학이 포퍼였습니다. 멘탈이... 힘들게 힘들게 풀고 넘어가니 장문의 소설 지문이 등장하더군요. 평가원 개새... 하면서 풀었더니 이번엔 김수영 시인의 시와 극 문학을 엮어놓았더군요. 평가원 나쁜새... 하면서 풀었더니 이번엔 생물지문이 나오더군요. 이건 그래도 그럭저럭 어렵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다음 지문이;; 보험? 으앙 하면서 풀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연행가인데, 이건 그래도 평가원이 양심있게 어렵지 않게 낸 듯합니다. 겨우겨우 다 풀었더니 시간도 얼마 안 남아서 빠르게 마킹을 하는데 엥 4444544? 이상하긴 한데 틀린 건 없으니 뭐 일단 넘어갔습니다. 문제의 13번, 5번을 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현대엔 자동사가 안되어서 3번으로 고쳤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마킹하고 가채점하고 마무리지었습니다.
2교시 수학 시간입니다. 평소에 실모 풀면 실수가 잔뜩 터지던 저인지라 더욱 세심히 풀었던 것 같습니다. 쭈욱 풀어서 19번까지 풀고 20번을 들여다 보니 합답형 문제였습니다. 음 뭔가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도 만만해보이는? 21번을 건드려보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생각한대로 잘 풀렸습니다. 이후 22번부터 28번까지 열심히 풀고 20번으로 돌아갔습니다. 19번까지 세어보니 5가 세 개더군요. 그래서 왠지 5번일 것 같았습니다. ㄱ은 맞았습니다. 근데 ㄴㄷ을 영 모르겠는데, ㄷ이 맞으려면 ㄴ이 반드시 맞아야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ㄱㄴㄷ로 선택하고 넘어갔습니다. 29번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가 한 30-40분 정도 남았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침착하게 문제를 읽고, PQ의 길이를 구하라고 하길래, 우선 OQ-OP로 쪼개 보았습니다. 그후 수직인 것에 착안해서 제곱을 한 후 루트를 씌우는 전략으로 해보았습니다. 그림을 열심히 그려 열심히 풀어서 값이 나왔는데, 4 + 96/25의 제곱근이었습니다. 아 이게 제곱수여야 하는데 제발 제발 하면서 더했더니 196/25. 196이 제곱수인가??하면서 14를 제곱해보았더니 196이 나오더군요. 그렇게 14/5쓰고 30번을 보았는데, 아 이건 내 문제가 아니다. 생각을 하고, 우선 마킹을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27번을 실수해서 수정을 하였습니다. 마킹이 끝나고 30번으로 돌아갔지만 별 의미는 없었습니다. 5로 찍었습니다.
점심 후 3교시 영어시간이 되었습니다. 듣기를 들으면서 뒤의 문제들을 푸는데, 평소처럼 30번까지 푸는 것은 무리였고, 28번까지 풀었습니다. 이후 29, 30을 어렵잖게 풀고 빈칸추론으로 넘어갔습니다. 31번. ebs인 것 같긴 한데 빈칸에 들어갈 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쭈욱 읽고 빈칸으로 가니 in itself가 있더군요. 아 그럼 그 자체로 목표니까 end네 3번. 32번. Temporal resolution. 이게 뭐지... 비연계인지 연계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쭈욱 읽다 보니, 아 어디는 annually 어디는 weekly 다양하구나. 그러면 meet the requirements of your inquiry. 33번. 부정적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빈칸 주위가 이상하게 느껴짐. 띠용하면서 보기를 보니 1번이 짧고 굵은 게 답 냄새가 나긴 나더군요.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occurrent는 뭐지... 좋아. 좋아하면 굳이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그런데 긍정적 감정이 없으면 ~를 의심할 수 있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이 증거가 될 수 있다. 아, 그러면 생각을 해보길, 사랑을 하는데 감정표시가 없으니 의심스러울 수 있겠네 그래서 증거로 부정적 감정을 이용한다 이거네 그래서 1번이구나. 다음 34번. 아 건축물 좋아. 얘네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려주는 거구나. 그러면 function이겠네. 2번. 빈칸추론을 보아하니 33번이 오답률 1위가 되겠네 생각을 했습니다. 남은 문제도 술술 풀어서 20분이 남아, 여유있게 검토 후 마킹 및 가채점을 했습니다.
4교시 한국사 및 과학탐구 시간. 한국사는 가볍게 풀고 나서 눈을 붙일랑 말랑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1선택은 생명과학1이었습니다. 어수룩하게 문제지 집어넣는 척 하면서 앞의 2문제를 먼저 풀고 시작했습니다. 그나저나 과당이 나올 줄이야... 쭈욱 풀다가 보니 다인자 연관은 어렵지 않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계도를 안 주고 유전 문제가 나온 것이 있어서 백호 선생님의 모의고사가 떠올랐습니다. 쭉 다 풀고 17, 19번이 남았는데, 17번을 먼저 푸는데 헤매다가 시간을 좀 써서 19번을 풀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아 어차피 못 푼다고 느껴서 마킹 및 가채점을 했습니다. 4번이 6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찝찝하긴 한데 뭐 틀린 부분이 없으니.. 하면서 19번은 3번으로 찍었습니다. 2선택 화학2, 열심히 풀었습니다. 화2에 시간을 엄청 쏟은만큼 결과가 나오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4페이지 들어갈 때 분명 10분 넘게 남았던 것 같은데 그냥 멘탈이 붕괴되었습니다. 끝까지 못 풀어서 결국 전부 3번으로 밀었습니다. 그와중에 가채점은 또 다 했습니다.
다 끝나고 30분 정도 대기 후 나와서 어머니를 뵙고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하여 함께 한강을 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 때까진 점수를 몰랐으니 멘탈이 터진 상태였고 세 개 2등급 못 받으면 내일 학교 안 갈 거에요 하면서 통화를 했습니다. 집에 도착 후엔 회를 먹으러 갔고, 외식 후 돌아와서 운명의 채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국어 영어는 걱정이 없었던 게 아무리 못해도 2등급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입니다. ebs에 들어가서 가채점표에 작성한대로 입력하고 확인을 눌렀습니다. 100점이었습니다. 저도 어리둥절했습니다. 어 엄마 나 다 맞았는데?하니 어머니가 더 난리셨던 것 같습니다. 다행이라고요. 그 후 솔직히 가장 중요했던 수학의 답을 다 입력했습니다. 딱 30번 틀린 걸 확인했습니다. 아 됐다. 최저는 다 맞췄다. 다행이다. 이 생각만 들었습니다. 영어 답을 모두 입력했습니다. 100점이었습니다. 이거는 솔직히 다 맞을 것 같았습니다. 한국사를 입력했습니다. 50점이었습니다. 생1을 입력했습니다. 딱 19번만 틀리고 47점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기분이 좋았긴 했습니다. 화2를 입력했습니다. 181920 다 틀리고 앞에도 두개를 추가로 틀려 38점이었습니다. 뭐 썩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닌데 저는 최저를 모두 맞추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수능 당일에 오르비로 복귀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수시러여서 사실 이 점수들과 백분위가 의미는 없습니다. 등급이 훨씬 중요했죠. 그래도 한 번뿐인 수능에서 이런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저의 가채점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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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밑에 쓰신 후기 보고 떠올랐는데 퇴실 예상 시각 다 미리 공지해주고 커다란 표...
갓쿠도..
국어는 님도 어릴때 책많이 읽으신거?
책 진짜 많이 읽은 제 친구를 보면 그런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문제를 많이 풀어봐서 국어실력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기출은 몇회독정도 하셨나요...?
한 두 번 풀었남...
문제 많이 푸셨다 하셨는데 그럼 다른 문제집을 많이 푸신거..?
일다느좋아요누르고읽어야지...
몰라5
수학 30번ㅋㅋ
님의 2017학년도 대수능 성적표
더킹제네럴갓엠페러"쿠도"
아 님 국어성적진짜 안타까워죽겠음
저도 님 화2가 안타깝네여
한국사 실화?
ㅋㅋㅋ한국사 십오졋다
십육지죠
으으으으으윽 내가 다 안타깝네요
Goat..
갓에피...
수학20번은 풀어서맞춘사람보다 답개수로 맞춘사람이 더많을듯 ㄹㅇ
20번 ㄴㄷ이 그래프 값과 적분값의 비교?였나 하여튼 그런데 답개수의 도움을 받은게컸네요
평균값 정리로도 가능해요
잘읽었습니다.. 대단 ㅜㅜ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Goat...
화2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Goat......국어 영어 부럽네요 ㅠㅠ
갓쿠도님...화2ㅠㅠ저화2하려는데제발목을잡을거같아요ㅠㅠㅠ
제발 그러지 마세요
왈왈왈왈왈왈왈
닉ㅋㅋㅋㅋ
많은 에피센츄들이 좌절했을 때 굳건히 자리를 지킨 갓-
포퍼는 언급도 안하시네요. 짝수 홀수 문제 순서가 다른가요?
중간에 언급했습니다
평소 공부하시는 글 보면 참 똘똘하고 겸손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죠. 대학 어디가시든 열심히 공부하시길
감사합니다ㅎㅎ
잘했어요 ㅎㅎ 설대로 가시죠
연세대 제발 붙으세요
진짜 goat이시다...
생1윤도영 쌤 도움 어떤부분에서 받으셨나요?
흔히 알려진 매트릭스, 그리고 가계도 풀이할 때 더 침착할 수 있게 해주신 것 같습니다. 기타 근수축 등에도 팁을 많이 얻었습니다.
갓쿠도.
저 실은 서울대 나온 아저씨입니다. 국어를 7개 정도 찍고 안드로메다로 간 후에..수학 영어 그냥 편하게 풀었어요 ㅜㅜ. 제가 현역때라면 쿠도님이랑 비슷했을지도? 질문이에요..홀수 짝수 문제 순서 다른지. 저는 개인적으로 치대 가려구요. 눈팅만 하다가 처음 댓글 달아봅니다
문제 순서는 같고 선지 번호가 다른거로 알고있습니다.
Goat... 국어 영어 왤캐 잘하심.. 인문계오셨으면 씹어드실듯
이런 글은 닥치고 추천이야!!
그나저나 너 지균결과 나왔냐??
2일날보러가는데?
와 대단하십니다...
국어에 대해서 쓴 걸 보면 저랑 같은 점수를 받을 것 같은데 의문의 100....ㄷㄷ
비문학 대충 얼마나 걸렸어요??
전 포퍼 10분 지났는데도 3,4번째 문제 못풀어서 찍고 넘어가고 남은 두 지문 25분동안 풀려고 해도 안 풀리던데요;;;
순서가 섞여있어서 몇분걸렸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갓..
수능도 정말 되는사람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