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특 소설 진지하게 읽을수록 느끼는게 굉장한듯
만세전 처음 대충 읽었을땐 무슨 이런 위선적인 놈의 얘기가 다 있나 했는데,
지금 천천히 수특에 실린 부분이나 매e네에 실린 내용으로라도 보는 중이지만 정말 정곡을 찌르는 소설이라 생각되네요.
작품 속 '나'의 태도들은, 가령 아픈 아내에 대한 무관심, 무감흥, 다른 여자와의 만남이라든지
"민족적 적개심이란 사실은 이지적인 것이 아니고 피동적,감정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압제는 오히려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이 민족적 타락의 상황에서 자신을 구제하게해주는 원동력"
"나는 이곳에 탄 하층민들을 보면 같은 무산 계급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적으로는 그들과 융합할 길이 없다"
"나는 그런 것들(공동묘지에 아버지만큼은 묻을 수 없다는 형의 말)이 의미없는 집착이라 생각한다. ... 그런 것에 코웃음을 치던 나도 조상의 산소를 팔아먹은 일에는 분노를 느낀다"
"하도 못생겼으면 가엾다가도 화가 나고 미운증이 나는 법입넨다. 혹은 연민의 정이 있을지 모르나, 연민은 아무 것도 구하는 길은 못됩니다."
등의 말으로, 즉 흔히 상식으로 일컬어지는 관념과 대놓고 배치되어 제시되기에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이런 불쾌감을 느끼는 스스로가 소설이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에 속하는 것 같더라고요.
과연 이 불쾌감 속엔 주체성이 얼마나 있는지? 근거가 얼마나 있는지? 있다고 하더라도 나도모르게 관습적으로 답습받아온건 아닌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당연함만을 느끼며 반박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조차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는건 아닌지?
지금의 우리도 수많은 갈등에 놓여있기도 하며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기도 합니다. 그 틀에서 벗어나는 생각 자체가 두려움과 혐오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요구받습니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 이를 수행해야하는 이유,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상, 민주당에 대한 생각, 국민의힘에 대한 생각, 페미니즘에 관한 생각, 일본 중국 미국 등 각국에 대한 딱딱한 관념, 사형제, 범죄자 신상공개, 유명인의 논란에 대한 집단린치 등등 각자마다 뿌리잡혀있기도 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단단한 옳고 그름에 대한 어떤 의견들에 대해
오히려 우리는 본인으로부터의 모습이 아닌 것들을 당연한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며 그 속에서 자기모순을 보이고 서로를 탓만 해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통상적 의견을 무조건 배척해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함으로써 자기의 주장과 근거들을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주체성이자 가치있는 것이라 느끼는 터에 이렇게 이 소설을 대략적으로 읽으니 더욱 고무되네요.
당연히 공부를 해야된다는 생각에서 온전히 벗어나 공부를 안하는 나를 옥죄기보단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떤 의미와 갸치가 있을 지 생각해보고
당연히 어떤 사상이 틀렸다 어떤 인물은 배척해야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에서 자신의 고집을 다 내던진 후, 어떤 단어만 듣고 분개하기 전 겸허히 상대의 주장을 수용해보아 잘못된 생각을 직접 수정하고 보충할 것은 보완하며 심지어 자신의 근거를 더 강화할 수도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죠.
소설에선 이런 말도 나옵니다.
"이게 산다는 꼴인가?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구더기가 득시글득시글하는 무덤 속이다. 모두가 구더기다.공동 묘지 속에서 사니까 죽어서나 시원스런 데 가서 파묻히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하여간에 구더기가 득시글득시글하는 무덤 속이다. 모두가 구더기다. 너도 구더기, 나도 구더기다. 그 속에서도 진화론적 모든 조건은 한 초 동안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겠지! 생존 경쟁(生存競爭)이 있고, 자연 도태(自然淘汰)가 있고 네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하고 으르렁댈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구더기의 낱낱이 해체가 되어서 원소가 되고 흙이 되어서 내 입으로 들어가고 네 코로 들어갔다가, 네나 내나 거꾸러지면 미구(未久)에 또 구더기가 되어서 원소가 되거나 흙이 될 것이다. 에잇! 뒈져라! 움도 싹도 없이 스러져 버려라! 망할 대로 망해 버려라! 사태가 나든지 망해 버리든지 양단간에 끝장이 나고 보면 그 중에서 혹은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나은 놈이 생길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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