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빈 T [1135378]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09-05 13:54:08
조회수 4,143

9월 모평 국어 문학 24번 설명해드립니다.

게시글 주소: https://mclass.orbi.kr/00069077376

안녕하세요.


해커스 로스쿨에서 수능 국어가 아니라 LEET를 강의하는 이재빈 강사입니다. 


9월 모평 국어 독서(비문학)에 대해서 해설 글을 써보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문학이 아니라 문학 24번에서 2번 선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쓱 보니까 논란이 있을만한 이유를 전혀 모를만한 문제더라구요.


그렇지만 문학 문제를 지나치게 '논리학'적으로 접근하게 될 경우에 헷갈릴 수 있을만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ㄴ에서 '자작나무와 이깔나무가 슬퍼하던 것을 기억한다'라고 되어 있죠?


자작나무와 이깔나무, 고작 식물 주제에 아무런 인식 능력도 감정도 없는데 어떻게 식물 따위가 슬퍼하겠습니까.


식물이 슬퍼하는게 아니라, 화자가 슬퍼하는 겁니다.


화자가 슬퍼하는 마음을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에 투영해서 자기가 슬픈데 나무가 슬프다고 돌려 말하는 것이죠.


특히 화자는 지금 고향인 북쪽 지역을 떠나는 상황인데, '자작나무'는 북쪽 지방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향에서만 볼 수 있는 자작나무가 슬퍼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죠.


그럼 왜 ㄹ에서 "아무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라고 말했을까요.


아무리 슬퍼도 직접적으로 자기 입으로 '슬프다'라고 말하면 그건 문학이 아닙니다.


슬픈건 '내'가 슬픈 거지만, 그걸 '나무가 슬프다'라고 돌려 말하고 '나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라고 거짓말하는 겁니다.


문학은 한마디로 돌려 말하고, 거짓말도 하는 비논리적인 장르라서


표면적으로 써져 있는 언어적 의미와 그 속뜻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2번 선지에서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혀 문제될 요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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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Yoony · 1258267 · 09/05 13:57 · MS 2023

    23번도 해주시면 감사하갰습나다

  • 이재빈 T · 1135378 · 09/05 14:00 · MS 2022

    네 바로 글 써보겠습니다 잠시만요

  • AKANE LIZE · 1292016 · 09/05 13:57 · MS 2024

    이런 관점에서 보니까 이해가 확실히 되네요
    시험장에선 아무 생각없이 거른 선지였는데

  • 이재빈 T · 1135378 · 09/05 14:03 · MS 2022

    넵 문학에서 많이 쓰는 표현들 '자연물 투영해서 말하기' '역설적 말하기 -거짓말하기'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돈만주 · 1128030 · 09/05 13:57 · MS 2022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이재빈 T · 1135378 · 09/05 14:00 · MS 2022

    넵 화자가 슬퍼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 지나버린시간 · 1321415 · 09/05 14:01 · MS 2024

    이게 논란이 있었다고?

  • fnl1 · 703709 · 09/05 14:07 · MS 2016

    저는 저 나무들을 고향에 같이살던 이웃들로 이해했었는데
    이웃들은 나 떠단다니까 슬퍼했는데 자기는 별생각없었다는 뜻으로

  • garvgarv · 1320253 · 09/05 14:11 · MS 2024

    ㅋㅋㅋㅋㅋ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네

  • garvgarv · 1320253 · 09/05 14:12 · MS 2024

    4가 ㄹㅇ 말도 안 돼서 4 찍었지 아니었으면 그대로 낚였을 듯

  • 이재빈 T · 1135378 · 09/05 14:17 · MS 2022

    재밌는 해석이지만 이웃들이 슬퍼하는데 혼자 안 슬퍼하는 상황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재빈 T · 1135378 · 09/05 15:07 · MS 2022

    또한 'A가 B의 감정을 느낀다'는 A는 해당 감정이 없고 B는 해당 감정이 있는 상황에서 "A가 B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인지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을 것이어서, 위와 같이 해석하신 경우에도 2번 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겠네요

  • 재필삼선필수 · 1211769 · 09/05 14:11 · MS 2023

    아니 ㅋㅋ 이거 심찬우가 계속 말한 세계의 자아화인데 심찬우 말이 맞넼ㅋㅋ 수험생의 감상능력 없는거 뽀록난거 ㅋㅋ

  • 이재빈 T · 1135378 · 09/05 14:14 · MS 2022 (수정됨)

    개인적으로 말 꺼내기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문학은 감상 능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에는 공감합니다.

  • huwh · 1274974 · 09/05 14:39 · MS 2023

    딴지 거는건 아닌데 슬픔도 없이 간다를 보고 거짓인건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요?

  • 이재빈 T · 1135378 · 09/05 14:42 · MS 2022

    앞 부분의 정서상 슬픔이 이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슬픔이 없다'가 아니라 '이기지 못할 슬픔이 없다'입니다. 즉, "슬픔이 있으나 나는 이를 애써 억눌러 이겨내려고 한다"로 해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부분은 독해의 논리적 원리라도 관련이 있는데, "X가 없다"와 "A인 X는 없다"가 다른 의미라는 것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감상해서 푸는 게 훨씬 더 깔끔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o11yon · 1264441 · 09/05 15:17 · MS 2023

    ㄹㅇ 왜 자꾸 문학에서 논리적이고 필연적인 법칙을 찾으려는건지 모르겠네요 애초에 문학이란게 글에 쓰여진 내용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숨겨진 화자의 의도들을 파악하는게 굉장히 중요한데 저거만 보고 어떻게 화자가 슬퍼하는건지 아냐고 물어본다는건... 독해하는게 아니라 ㄹㅇ 걍 공부만 하는거임

  • montage · 947161 · 09/05 15:20 · MS 2020

    그냥 ㄹ에서 슬픔이 없다고 극단적으로 가정해도 애초에 ㄴ 선지를 묻는데 ㄹ이 뭔 상관인지..

  • 현역 정시 메디컬 · 1281772 · 09/05 15:54 · MS 2023

    저도 그렇게 객관적상관물로 파악하고 풀었는디

  • 오르단다 · 1334353 · 09/08 11:35 · MS 2024

    혹시 24번 보기 4번은 뭔말인가요... 맞추긴 했는데 이해가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