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의 경향성 확인 - 우기기와 극단적으로 상상하기
제가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이던 시절에 처음으로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집을 풀게 되었었습니다. 비록 당시에는 제가 문제 해결 능력도 낮고, 수학에 대한 열정도 없었기에 그다지 많은 것들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장 처음 배웠던 개념은 또렷히 기억이 납니다.
바로 '우기기'라는 것인데요, 고등학생 이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연립 1차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문제가 되겠습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느 수학 인터넷 강사 선생님이 어릴 때부터 바로 연립 1차 방정식을 푸는 도구를 배워서 기계적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유추를 하고 관찰을 해서 결국 상상할 수 있는 수학적 사고력이 중요하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 말에 공감합니다.
https://blog.naver.com/soopiastory/223245807232
제가 기억나는 문제 중에 하나가 복숭아 문제였습니다. 큰 스님은 한 명당 복숭아를 3개씩 드십니다. 작은 스님(동자승, 어린 스님)은 3명이 복숭아를 1개를 먹습니다. 그런데 세어보니 총 100명의 스님들이 있었고, 총 100개의 복숭아를 드셨습니다. 이 중에서 큰 스님과 작은 스님은 각각 몇명인가요? 라는 문제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는데, 고등학생 이상의 수학 실력을 가진 분들이라면 조금만 생각하면 이것은 연립 1차 방정식을 푸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큰 스님의 수를 x, 작은 스님의 수를 y라고 둔 이후에 x + y = 100이고, 복숭아를 보면 3x + 1/3y = 100 이라고 어렵지 않게 식을 세울 수 있죠.
그런데 우기기는, 이런 풀이를 배우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생각을 하고, 문제를 접근하며, 어떻게 상상하고 유추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한번 극단적으로 100명이 모두 큰 스님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 조건은 만족합니다. 총 100명의 스님이라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복숭아 100개를 먹었다는 조건은 만족하지 못합니다. 큰 스님은 3개씩 먹으니까 총 300개의 복숭아가 필요하겠죠.
이 극단적인 가정은 틀렸으니, 한번 3명을 작은 스님으로 바꿔보는 것입니다. 97명이 큰 스님이고 3명이 작은 스님이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그럼 복숭아는 292개를 먹은 것이 됩니다. 아! 알겠다! 이렇게 해서 조금씩 조금씩 작은 스님을 3의 배수씩(왜냐하면 일단 작은 스님은 3명이 모여야 복숭아 한 개를 먹으니까) 늘리다보면, 어느 기점에서 딱 복숭아 100개를 소비하는 경우가 생길 것입니다.
이 방법은 2가지 조건이 주어졌을 때, 한 가지 조건을 고정해두고, 그 내부의 요소를 조금씩 변화해가면서 나머지 조건도 만족하는, x와 y 미지수를 구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그 수학 선생님은,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수를 조정해가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찬찬히 관찰을 해보고 아~ 이런 경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는구나! 를 깨닫는 식으로 수학적 사고력을 차근차근 길러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초반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무작정 연립 1차 방정식의 풀이 방법을 집어넣고, 기계적으로 그 도구를 써서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은 그런 귀중한 사고력의 증진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비판을 하십니다.
이러한 사고 방법은 수능 수학에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고 이런 방법을 썼었는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극단적으로 상상하기' 라고 붙일 수 있겠네요.
정말 그 원리와 방법이 간단하고 초보적이어서 읽는 분들이 헛웃음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이것 또한 엄밀히 따지면 중학교 1~2학년 수준의 방법입니다. 잘 모르는 그래프가 나왔을 때, 일일이 값을 집어넣어서 한번 개형을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지수함수 같은 대표적인 초월함수들은, 개형이 굉장히 간단합니다. 예컨데 우리가 x=0을 집어넣으면, 지수 함수의 상수 빼고는 다 없어질 것입니다. y=e^x 에서 x=0을 대입하면, 곧장 (0,1)에 점이 찍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학교에서 이미 x절편이나 y절편을 구해놓는 것이 상당히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그래프의 모양을 우리가 잘 모를 때, 그 절편값들은 상대적으로 식이 복잡하더라도 알기 쉬우며, 그 값들을 기준으로 개형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을 위해 선물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어려운 문제에서 절!대로! 초월함수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정말 거의 100%입니다. 왜냐? 로그함수든 지수함수든, 그 형태가 굉장히 단순하고 경향성이 너무나 뚜렷해서 어렵게 출제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반면 다항함수, 특히 4차 정도의 다항함수는 어렵게 내기 정말 좋습니다. 극대와 극소도 존재하고, 가끔씩 x축에 접하기도 하면서(중근을 가지기도 하고), 아니면 삼중근을 가질 수도 있고, 다항함수는 그 개형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https://namu.wiki/w/%EC%82%AC%EC%B0%A8%ED%95%A8%EC%88%98
당장 이 문제처럼 삼차 함수, 게다가 최고차항의 계수를 1로 두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게 문제를 낼 수 있습니다
https://namu.wiki/w/%EB%8B%A4%ED%95%AD%ED%95%A8%EC%88%98/%EA%B3%B5%EC%8B%9D
제목에서 우기기는 충분히 설명했으니, 극단적으로 생각하기를 한번 보겠습니다. 이것도 정말 쉽습니다. x를 엄청나게 큰 값이라고 상상하거나, 엄청나게 작은 값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프 문제의 경우에는 결국 x값이 극단적으로 커지거나 작아짐에 따라서 뚜렷한 경향성을 보이기에 그다지 큰 도움이나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치 위에 스님들이 복숭아를 먹는 문제처럼, 어느 한 값을 극단적으로 보고 한번 집어넣어보는 것입니다. 그럼 바로 알 수 있는 것이죠. 아, 큰 스님 숫자를 극단적으로 100명 꽉 채워놨는데 두 번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그럼 이에 따라서 큰 스님을 줄이고 작은 스님들을 늘려야 하는구나~ 라고요.
만약 문제에서 x의 범위를 특정하게 주었다면, 보자마자 전 그 범위에 해당하는 정수를 집어넣고 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이어졌는지를 확인해보곤 했었습니다. 그래프 문제에서도, 무언가 범위가 주어진 순간 x가 가능한 그 양쪽의 끝점을 넣고 y값을 찾는 순간, 대략적으로 그림이 그려집니다. 뭐 그 범위 사이에 중간값 정도를 집어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이러한 방법은 특히 극대 극소 문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예컨데 x의 양 사이드 범위를 집어넣었더니, y값이 동일하게 나왔다! 그럼 대략 2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상수 함수이거나, 아니면 극대나 극소 지점의 대칭점이라는 것이죠
https://blog.naver.com/freewheel3/220777193453
제가 요새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어떤 사람은 신속하고 빠른 결정을 중시하고, 어떤 사람은 심사숙고하고 충분히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부분이 크며, 살아오면서 후천적으로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여기서도 한번 극단적으로 생각을 해보는 것입니다. 만약에 제가 엄청나게 극단적으로 빠른 결정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큰 결정에 있어 중요하게 고민하지 않고 대충대충 선택을 할 것이기에,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 것입니다.
반면 제가 지나치게 심사숙고하고 우유부단해서, 예컨데 순발력이 필요한 주식이라던지 시험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무언가 이 둘 사이에, 어디선가 최적의 지점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직종마다 다를 것입니다. 대체로 의사처럼 사람의 생명을 두고 하는 직업은, 빠르고 신속한 결단과 판단보다는 심사숙고하고, 혹시 내가 x레이 사진에서 종양을 잘못 지나치지 않았는가, CT 사진에서 뭔가 놓친 것이 없나 천천히 보고 고민을 할 것입니다. 실제로 의사들도 신속함을 중시하는 경향과, 정밀함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사람을 나누기도 한답니다.
학자들은 보통 그렇게 다급하지 않습니다. 정말 우연히 같은 논문 주제로 연구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먼저 제출하는 쪽이 장땡이기에 순발력과 신속함이 매우 중요해지겠죠. 그러나 그런 경우는 잘 없고(근데 그 경우가 미분 적분에 대한 발표 같은 굉장히 인류사적으로 중요한 경우에 해당된 적이 있어서 임팩트가 강하죠 ㅋㅋ), 대부분은 주제도 잘 겹치지 않고, 오히려 심사숙고하고 좋은 아이디어와 통찰력 있는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사업가들은 매우 빨라야 합니다. 항상 한정된 정보와 자원 속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 위기를 벗어나고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 매물이 좋은 매물인지 너무 심사 시간에 과투자를 해버리면, 조금 더 빠른 남들이 낼름 다 먹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렇게 양쪽, 극단적인 경우를 상상하면 결국 균형이 중요하다는 인생에 대한 교훈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았고 무언가 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지금도 그러한데, 요새는 새로운 공부를 하고 후발 주자로서 추격을 하는 입장이 되니 신속함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선천적으로 태어나기는 신중함이 더 우선한 성격으로 태어났으나, 요새는 더 빨리 더 단호하게 무언가 선택을 하고, 그 길로 전력질주를 해야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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