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 장수생들에게
내 생애 마지막 수능을 보고 쓰는 글.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아, 마지막 수능이라고 했지만 잘 봐서는 아닙니다...
올해 삼반수를 했고, 결과적으론 망했습니다. 복학 확ㅋ정ㅋ
삼세번 다 실전에서 이상하리만치 삐끗하는 걸 보면
난 정말이지 태생적으로 시험과는 철천지 원수지간인 것인가도 싶네요.
고생 끝에 빛 본 N수생도 있겠고,
그런 분들에겐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지만...
제가 그렇듯, 오랜 시간을 투자한 만큼
더 비참하고 허무한 심정의 N수생들도 많을 것 같아요.
채점 후 모니터 앞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그 심정.
그것은 슬픔도 분노도 아니었습니다.
허무함과 막막함, 결국 안 되는 것인가, 하는 무력감.
이쯤 되면 단순히 점수 몇 점 아까워 슬픈 게 아니고,
차라리 어떤 거대한 운명 앞에서 굴복되는 인간의 느낌...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러던가.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건 없다고 대체 어떤 새1끼가 그러던가.
참 오래도 공들인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마구 반박하고 싶어집니다.
이제 이런 상황마저도 익숙하다는 게 참 씁쓸한데...
이렇게 절망적이어도, 어떻게든 지나가고 또 무뎌지겠죠.
늘 그랬듯이 말입니다.
전 낙천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희망을 파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N수를 거치며 더 그렇게 된 것도 있고...
그런데도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바닥까지 맛보는 순간에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네요.
지금 노력한 것들이 언젠가는 돌아올 거다.
당장은 안 보여도 언젠가는 좋은 방식으로 돌아올 거다...
합리화처럼 보여도, 그러는 수밖에 없죠.
그래도 저는 최소한, 이 시절을 허투루 생각 없이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보았고, 그 앞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고,
남들보다 오랜 시간동안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 보았습니다.
저는 끈기를 가지고 주어진 나날을 성실하게 보냈습니다. 확실합니다.
그러니까,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이 모든 게 더 큰 일을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저는 그렇게 믿어보겠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러리라 믿습니다.
열심히 한 N수생들이라면,
결과를 떠나 그 노력과 인내의 힘을 자신이 제일 잘 알 겁니다.
알 속에서 기다리고 또 갈고닦던 그 긴 시간이
결코 낭비가 아니었음을 보여줍시다.
그 어떤 대학 이름보다 우리는 더 큰 이름이 됩시다.
훗날 더 빛나는 자리에서 만나기를.
그때는 이 시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바람.
우리 모두 이제는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바라요.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이제 와 문득 돌이켜보니,
수능에 매달리다 놓친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수험생이랍시고 맘 놓고 놀아보지도 못한 게 어언 3년째.
20대 초반을 오로지 시험에 대한 불안과 긴장 속에서 허우적대며 보낸 것 같아
한 순간도 시험 걱정일랑 없이 마음 편히 보낸 적이 없는 것 같아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그동안 못 했던 것들, 참았던 것들, 일단은 시원하게 해 봐요.
유예해온 청춘을 이제는 시작합시다.
그리고 꼭 행복하세요.
아... 정말 이 흔한 한 마디가 그렇게 사무치는 말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내 자신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네요.
이제는 반드시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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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저는 이제 3수 시작하려는데 고민이 믾이됩니다.. 나중에 후회안하려면 하는게 좋겠죠?..
삼반수보다는 쌩삼수가 나은가요?
삼반수가낫습니다..
이제 교육과정 바뀌는데 올해 하실 생각 있으시면 3월까지 미친듯이 노시다가 쌩삼수 추천드립니다
재수까지 해보셨으면 아실텐데.. 오래한다고 성적 잘나오는거 아닌거같아여. 삼반수 ㄱㄱ
제가 삼반수했는데 제가 7월1일부터 시작하긴했는데 시간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들더라고요ㅎ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하지만ㅎ 글쓴이 분이 잘생각해보시길!
글쓴님의 삶을 축복합니다
남들보다 2년 더 사시길.
원글보고 눈물 찔끔했다가 이글보고 터짐ㅋㅋ
같은 삼수생 입장으로,
정말 좋은 글이며 공감합니다.
저도 결국에 하고 싶었던 말은
입시판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결론적으로는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보낸 이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꼭 지금이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수고하셨습니다.
그 과정과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더욱 더 잘 알기에...
앞으로는 정말 행복하시길 바래요
저도! :)
신승범 개1시러
왜여
저도 삼반수 할 것 같아요.ㅠ
공감되요 ㅜㅜ
허무함과 막막함 ㅜㅜ
공감됩니다. 글 잘쓰시네요.
후우. 진짜 노력이 배신을 당할수 있더라구요. 정말 열심히 했어서 삼반수도 생각안하고있습니다. 그냥 너무 아쉬울뿐이네요
저는 사반수~
수고 많으셨고 진심으로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