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이란 무엇인가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는 추론이라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전 한번도 추론이라는 단어의 뜻을 깊이 있게 곱씹은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론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알거나 쓰지 않았다고 해서 여러분이나 저가 추론이라는 사고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추론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미 알려진 정보를 근거로 삼아 다른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 이라고 아주 쉽게 나와 있습니다. 전 이것을 좀 더 쉽게 말해보자면, "직접 보지 않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하는 능력"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수능 영어를 가르치시는 조정식 선생님께서는 인스타그램에 과거 이런 게시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9EVAm-D3oE&ab_channel=%EC%88%98%EB%8A%A5%EC%A2%8C
조정식은 못생겼다 라는 문장이 있다고 칩시다. 이걸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에서는 있는 그대로 서술합니다
조정식은 못생겼다
2학년이 되잖아요? 어휘 수준만 살짝 높입니다
조정식은 추남이다
수능 영어에서는 관용적이고 추상적인 문장으로 만들어집니다
아름다움이 죄라면, 조정식은 무죄이다
어떤가요? 수능 영어에서는 절대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무슨 짓을 하다가 낚이고 틀리느냐, 수능 영어를 생각 없이, 추론 없이 있는 그대로만 읽고 선지랑 비교해가면서 직접 언급한 동일한 문장 딱 하나만 보이면 그걸 찍고 넘어가버립니다.
이는 수능 국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질이 낮은 사설 모의고사 같은 곳에서는 선지와 본문의 내용을 단순 일치시키는 내용을 넣습니다. 코그니타 사피엔스는 인지 과학과 관련된 글을 쓴다 라고 본문에 제시하고, 선지를 대충 이렇게 씁니다
코그니타 사피엔스는 글을 많이 쓰는데, 그것들은 인지 과학과 관련된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데 추론은 커녕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눈알 굴려서 동일한 단어와 맥락이 등장하면 그걸 찍으면 됩니다. 그러나 수능 국어나 영어, 수학 등에서는 이런 식으로 공짜로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수능 수학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수학은 당연하게도 추론을 많이 해야합니다. 특히 제가 보았던 19학년도 수능 수학 21번 문항은 제가 추론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푸는데 딱 30초에 불과했던 문제입니다.
(가) 식을 오랫동안 쳐다볼까요? 뭔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양 변은 'f(x)와 관련된 어떤 식의 미분과 관련된 식' 입니다.
게다가 (나) 식을 보면 f(x)라는 식의 함숫값을 여러개 주었습니다. 아하, 저는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식을 보니 미분한 꼴이고, (나)식에서는 f(x)의 함숫값을 주었으니, 이건 f(x)에 관한 미분식을 적분하고,
함숫값을 일일이 집어넣어서 적분상수 c를 찾아내서 최초의 함수를 찾아내라는 식이구나!!"
라고 문제를 출제한 출제위원의 의도를 추론해 냈습니다.
만약에 이 문제의 말미에 제 생각과 같은 내용을 적어두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문제는 매우 쉬운 문제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각 문제가 요구하는 과정, 사고 방식을 우리는 추론해내야 합니다.
힌트를 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을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어려운 수능 수학 문제는 힌트를적게 던져주고 철저하게 수험생의 추론 능력을 시험합니다. 만약 수능 수학에 모든 문제에 "이 문제는 ~~한 식으로 풀으시오. 이 문제에서는 ~~한 힌트를 활용해서 이렇게 생각하시오"라고 직접적으로 제시해준다면 어떨까요? 굉장히 쉬워질 것입니다. 왜냐, 추론을 할 꺼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거에 연재한 전쟁사 이야기에서도 미드웨이 해전 당시 미군 지도부가 일본 지도부의 타격을추론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미군은 상대방의 암호 통신을 감청하였는데, 특이하게도 각 함선의 통신수의 습관 또한 정리해 두었었습니다. 미드웨이 해전 당시 일본 지도부는 항공모함에 타고 있었고, 항공모함에 배치된 통신수를 통해 모든 명령이 내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군 항공기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얼마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일본 지도부의 통신이 항공모함에서 전함으로 옮겨갑니다. 이것을 어떻게 알아냈냐면, 항공모함 통신수의 습관이 아니라 전함 통신수의 습관이 드러났기 때문에 지도부가 항공모함에서 전함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부가 왜 바쁜 싸움 와중에 쓸데없이 항공모함에서 전함으로 옮겨가겠습니까? 보나마나 아까 몰려간 미군 항공기들이 일본 항공모함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혔기에, 전함으로 옮겨갔던 것입니다. 결국 미군은 직접 미군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일본 항공모함이 침몰했다는 보고를 받기 전에도 상황을 파악한 것입니다.
미군 지도부는 직접 일본 항공모함의 타격을 보지 않았고, 보고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통신수가 바뀐 내용 하나만을 가지고 멋진 추론을 해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우리가 직접 보지 않거나 듣지 않고도 뭔가 상황을 유추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추론이었던 것입니다. 여러가지 힌트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건이나 사고를 알아내는 힘! 바로 추론의 힘입니다!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56551816 - 1편 바둑과 수싸움
https://orbi.kr/00056735841 - 2편 예절
https://orbi.kr/00056781109 - 3편 자유로운 직업세계
https://orbi.kr/00056882015 - 4편 따라하기
https://orbi.kr/00057164650 - 5편 어린 놈들이 약아서
https://orbi.kr/00057384472 - 6편 자기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https://orbi.kr/00057614203 - 7편 체력분배
https://orbi.kr/00057650663 - 8편 수학적 상상력
https://orbi.kr/00057786940 - 9편 편견깨기
https://orbi.kr/00058147642 - 10편 시냅스, 알고리즘의 강화
https://orbi.kr/00060975821 - 11편 자문자답
https://orbi.kr/00061702648 - 12편 '박영진 이혼전문변호사'를 통해 재밌게 알아보는 법률 이야기
https://orbi.kr/00062050418 - 13편 수능 국어 공부
https://orbi.kr/00062206444 - 14편 현우진이 말하는 독해력과 사고력
https://orbi.kr/00062298282 - 15편 교수 면담
https://orbi.kr/00062328444 - 16편 관세법과 일관성
https://orbi.kr/00062406700 - 17편 말하기 공부법
https://orbi.kr/00062419084 - 18편 공부 못하면서 허세 좀 부리지 마십시오
https://orbi.kr/00062495541 - 19편 법조인에게도 필요한 수능 국어 비문학 독해력!
https://orbi.kr/00062583015 - 20편 - 전쟁에도 유형이 있다
https://orbi.kr/00062643940 - 21편 국어, 수학, 과탐 공부 이렇게 해보십시오
https://orbi.kr/00062818762 - 22편 똑똑하고 재능이 있다는 것은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https://orbi.kr/00063239512 - 23편 어려운 문제도 잘게 쪼개면 풀 수 있다!
https://orbi.kr/00064157242 - 24편 리터러시(문해력, 독해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64692514 - 25편 단순히 많은 학습 시간은 배신을 할 수 있다!
https://orbi.kr/00064934387 - 26편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될 자격이 없다
https://orbi.kr/00065089413 - 27편 본질 feat. 반추 동물의 생존
추론이란 무엇인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국어 비문학 지문을 이해없이 풀 수 있지 않을까요? 17
그동안 기출 보면서 푼 문제들 사실 생각해 보면 이해란게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
-
솔직히 거기서 거기같긴 한데
-
님들 이미지 3
-
선넘질받 23
대답 꺼려지는 질문 하시는분께는 천덬 드릴게요 신상X
-
질받 해볼게요 6
선넘도 ㄱㅊ 내일 논술 기념..
-
ㅇㅇ
-
최저만 되면 진짜 면접 평타만 쳐도 붙을만 한데 국어 진짜 제발
-
ㅇㅈ 10
에도 없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교
-
시청한 애니로 애니티어표 만들기가 취미인데 지금 1위 자리를 두고 봇치랑 빙과가...
-
특정되서 오르비사람들이 저의진짜모습을알게될까 무서워요...
-
서버 터진다 이런 건 걍 말도 안 되는 소리고 ㅋㅋ 걍 실친이 내 오르비 계정 알게...
-
왜 결말이 ㅂㅅ같냐 강연금같은 명작은 없는건가… 걍 럽코 적당한 거 보는게...
-
얼굴ㅇㅈ하면 8
념글 보내주나요?
-
댓글 20개 이상 찍히면 대존잘인거임 ㅇㅇ 물론 여성분들은 대존예까진 아니어도 그정도 찍히긴 함뇨
-
옯만추 딱 5번해봄 11
5명다 짤녀 닮은 미소녀였음
-
이공계 질문받아요 34
슬슬 학교/학과 선택 질문이 좀 보이네요 저는 서울대 공대/자연대에서 썩고 있는...
-
우하하 4
새르비 재밌누
-
한완수 ㄱㅊ? 5
재종 들어가기전에 한완수 하려는데 괜찮음? 수학 3따리 턱걸이라 걍 노베임 교과개념부터 할까요?
-
댓글 너무 달려서 오르비 서버 터질까봐.
-
념글보내줘 6
갈거업ㄱ잖아딱히
-
와 화력개빡세네 2
인증하면 세상사람들 다알겠다
-
삼수망한후기 16
삶에대해다시생각하게됨 사소한것에감사하게된 게아니고그냥계속화남 억울함 사수하고싶음...
-
ㅇㅈ 16
펑
-
멍청한사람이싫어요 18
그래서내가싫어
-
나때는 악뮤온다
-
난 그냥 공군 안가야지 10
여붕이라 안가도 됨 ㅇㅇ
-
2학년 모고 과탐을 지금까지 계속 화생으로 봤는데 수능때 도저히 화학 볼 자신이...
-
책 읽어야지 6
도 공공도서관에서 대여가 가능하더군요. 너무 비싸서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공공도서관...
-
ㅇㅈ 13
아까 퇴근하면서 찍은거 ㅇㅈ 카메라 풀린거 너무좋고
-
총수라는 말은 12
야하다고생각해요
-
책 ㅁㅌㅊ 6
집에한가득w 시선으로부터는 사인도잇어요 알라딘에서냅다업어옴
-
ㅇㅈ 3
여친여치니 ㅇㅈ 플로버분들은 개추를 눌러주세요
-
잠은 좀 이따 잘 듯 싶어요
-
짜증나... 8
갈래
-
난 처음들어보는데 다들 아네..
-
책읽어요 3
재밌을거같아요
-
모썩철썩! 애응님이 그립네요 뭐 재르비해서 이 글 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
아니 뭔가 별로 긁힐만한게 아닌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묘하게 긁힘
-
남1여1해봣는데 둘다잘맞아서아직도실친으로지냄
-
ㄷㄷㅇㄷ 6
ㅓㅔㅠㅔ
-
진짜 고민됩니다 예비고3이고 가고싶은 대학이 정시로만 갈수있어 정시 준비중입니다....
-
그냥 찍는거? 아님 잘 맞춤?
-
20분 내에 개념 다 풀고 10분 내에 도표랑 도수분포표 풀기 도전!
-
지금 인사하면 받아줌? 24
-
씻고 옴
-
무려19시즌이엇다구 나보다오래햇다고??? 현생살아... 나도가끔오잔아
-
탐구 안보고 국수영 반드시 세과목 모두 222 이내로 들어와야해요 수학 선택...
-
집 도착 9
-
이미지 써드림 go 77
귀찮아지면드랍함
-
암기에는 도가 튼 표본과 강사진을 국경같은 지엽으로 변별하는 것은 이익이 크지 않음...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