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그르치는 치명적인 두 가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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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그르치는 치명적인 두 가지 착각>
안녕하세요. CRUX 김희범입니다.
벌써 수능 후 2주나 되었습니다. 지쳤던 몸에 약간의 휴식을 주고 나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시기이기도 합니다.
수능을 끝났지만, 입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죠. 이제 다음주에 수능 성적표와 실채점 결과가 나오게 되면 본게임이 시작됩니다.
좋다고들 하는 분석기나 예측 및 분석 서비스를 구매하고, 칸수와 합격확률을 수없이 확인합니다. 높은 칸수와 푸르른 색깔에 기뻐하고, 떨어지는 칸수와 붉어지는 색깔에 절망하며, 일희일비합니다. 조금 더 입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칼럼들을 뒤져가며 방법론을 배우고 표본분석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손 아프고 눈 아프게 정리해도, 유의미한 결과는 잘 도출되지 않습니다. 입시가 너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오히려 최악은 입시가 너무 쉽다고 자신할 때입니다. 낙관적이지 않은데도 본인 상황을 낙관하다가 원서 접수 후 안타까운 상황을 직면하게 되고, 어디에서 잘못된 것인지 돌이켜보아도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험생분과 가족분들에게 입시는 자주 있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개인이 단기적으로 입시를 공부해도 과거의 경험과 본인 방법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결국 판단이 흐려지고 망설이게 됩니다. 때로는 일반화될 수 없는 방법으로 운 좋게 입시에 성공한 성공담이 전파되고, 다음해에 그 성공담을 따라해보는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반드시 등장하게 되는데, 성과를 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개인이 입시를 연구하려는 시도는 무용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상황이라면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가 그렇지 않은 자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패하는 분들이 많은 이유는 오래전부터 ‘두 가지 착각과 오해’가 입시판에 뿌리 깊기 때문입니다. 입시판에 있다보면 수없이 발견하게되는 안타까운 착각들입니다. 오늘은 그 오해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번째 오해는, ‘열심히 분석하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열심히 분석하면 반드시 빵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입시를 분석할 때 관찰할 수 있는 학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과별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유의미하게 관찰하려면 온가족이 달라붙어도 10여개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모으는 정보의 수준과 질을 낮추거나 노동시간을 늘리면 2,30개나 그 이상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데이터만 모아서는, 운이 좋거나 인사이트가 매우 뛰어나지 않은 이상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개수를 줄이면 조금 더 깊이 있는 정보 수집과 분석 시간이 확보되겠지만, 폭이 너무 좁아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분석의 폭이 좁을수록 첫번째 오해에 빠져들게 됩니다. 많은 데이터를 공들여 모으고 사고실험을 통해 가설들을 세우며 하나하나 열심히 분석을 해나가는 자신을 스스로 칭찬합니다. 그 범위 안에서 열심히 분석하면 반드시 빵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빵꾸를 발견하는 것은, 애초에 빵꾸가 ‘발생’할 환경이 조성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빵꾸는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입시 실력/노력’과 ‘빵꾸 발생’ 이라는 완전히 상관없는 두 변수를 엮습니다. 분석하는 사람의 실력이 좋다고 없는 빵꾸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되었든 개인이 확보할 수 있고 지켜볼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범위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것이지, 노다지 금광산을 찾아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번째 오해는, ‘결국 예측대로 간다’는 오해입니다.
입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 혹은, 오히려 한 번 정도 입시를 경험한 분들이 자주 하는 착각입니다. 앞선 오해와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한데, 지켜봐왔던 범위 안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는 입시를 치룬 후, 그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 이후부터는 예측 서비스를 맹신하게 됩니다. 표본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서비스를 믿는 경우는 남들과 똑같은 선상이니 적어도 절반은 가지만, 누백을 바탕으로 한 예측을 맹신하는 경우, 그 결과물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안타깝게도 심심치 않게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고요.
방금 말씀드렸던 ‘표본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서비스를 믿는 경우 절반은 간다’는 말을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정도 표본이 차서 한 번 자리가 굳어지면 모두가 그 컷을 지켜보고 그 컷을 믿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모두 그 사실을 믿고 지원을 합니다. 그리고 그 컷이 실제 컷이 되어버립니다. 컷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 컷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예측대로 간게 아니라 예측대로 가게 만든 것입니다. 첫번째 착각이 좌절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모의지원이라는 실제 데이터와 지원 경향이 컷에 반영되기 때문에 컷을 신뢰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믿습니다. 하지만 정말 컷을 만드는 변인이 그것뿐인가요? 자의적으로 가정된 변인들은 존재하지 않고, 가시적인 모의지원 표본들만이 컷에 반영된 것인가요? 실제 결과가 예측컷에 근접하는 경우는 많지만, 실제 결과와 예측컷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최대한 점수를 덜 남기고 싶은 것이 모두의 바램이기 때문에 이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일 많이 사용되는 예측서비스에서 ‘4칸’의 3년간 실제합격비율은 33.3%입니다. 4칸이어도 3분의 1은 붙습니다. 컷이 틀리는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모의지원 환경 외부에도 지원자가 있고, 수험생들이 모의지원대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원인에서 모든 폭빵과 입결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측에는 ‘가정’들이 필요하고, 가정들이 합리적이라면, 실제 결과는 예측컷에 수렴합니다. 하지만 크게 잘못된 가정을 하게 되거나, 잘못된 작은 가정들이 쌓이다가 누적된 잘못이 터져나오면, 예측과 크게 괴리된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틀어진 가정 속이라도, 모두 보여지는 지표에 따라, 만족하거나 회피하거나 누가 보아도 합리적일 것처럼 보이는 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입시에서 스마트해지려면 전체적인 상황판단이 더 중요하긴하지만, 큰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잘못된 가정이나 예측도 어디에나 있습니다. 아주 살짝이겠지만 ‘예측대로 가지만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살짝’이 소중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년 마주하게 되는, 입시에 대한 두 가지 착각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오해들에서만 벗어나도 조금 더 능동적이고 현명한 시각에서 판단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내용과 연결되는 내용들을 아래 칼럼들에 적어 놓았습니다. 한 번 읽어 보시면 이 글이 더 잘 이해되리라 생각합니다.
입시 칼럼
칼럼) J사(낙지) 예측이 매번 틀리는 이유
칼럼) J사(낙지)에 대한 오해와 표본 분석의 한계
칼럼) 입시의 판도를 읽는 방법
이론적인 이야기를 풀었으니 다음번에는 조금 더 실전적인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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