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전향삼반수생 [1166907]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3-06-21 13:38:11
조회수 5,767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존중하지만 방법이 매우 잘못 됐다 생각합니다. (의견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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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의 발언과 수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수능의 나이가 30살이 되어 가고, 경쟁 심화, 사교육 활성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밝혀지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수능이 필요한가? 수능의 본질은 무엇이며, 수능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살릴만한 다른 입시제도는 없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여론이 형성된 듯 합니다. 언론도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고요. 이러한 고민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임은 맞지만, 현재로써는 수능이라는 시험을 대체할 수단이 없으며, 구체적 수단과 방법 없이 비판만 하는 것은 사회에 엄청난 혼란만 야기할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제외하고도, 수능을 비판하는 여러 의견들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무 얘기나 상관 없으니 의견 적어주세요!!


1. 과잉 경쟁을 부추기는 수능, 이대로 두어도 되는가? 라는 의견에 대해

학벌이 예전에 비해서는 중요도가 떨어진 것은 맞지만, 학벌 주의가 기저에 깔린 사회에서,

그리고 대학교라는 하나의 목적만을 바라보고 초중고 12년을 다닌 상황에서

좋은 학벌을 얻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때문에 경쟁은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변별력을 주는 시험 또한 불가피합니다.

경쟁 없이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상상에만 존재할 뿐, 현실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렵죠.

변별력을 없애려면 기저에 깔린 학벌주의를 타파해야 하고, 대학 서열화도 없애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엄청난 반발이 있을겁니다. 이런 점에서는 현재 수능을 대체할만한 입시 체제는 없다고 봅니다.


2. 사교육 억제를 위해 수능을 교과서에 맞춰라?

대통령이 말하는 사교육 억제는, 수능을 고칠게 아니라 공교육의 강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인데 이러한 능력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암기식 내신과 내신식 수업으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는 현재 수능이 충분히 요구하고, 충분히 물어보고 있습니다. 당장 학교 현장 수업만 봐도 비문학 수업하는 교사는 없습니다. 

이유는 첫째, 교사가 비문학을 독해하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칠 능력이 안되며, 

둘째,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리고 가르치기 쉬운 거라곤 문학 직품을 해체해서 아이들에게 표현법과 시어의 의미를 암기시키는 것 뿐이거든요.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를 위해 사교육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 공감합니다. 교육은 현재 사회 계층 이동의 핵심적인 기제이므로, 기존의 개인이 가진 자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교육이 활성화되면 안되겠죠. 사교육이 활성화 될 수록 경제 계층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며, 이는 계층 대물림을 낳으니까요.

그러나 방법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첫째, 수능을 교과서에 맞추라고 지시할 게 아니라, 반대로 공교육을 수능에 맞추고, 교사들의 능력과 역량을 신장시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어차피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틀에 박힌 내용을 얼마나 잘 암기하느냐가 아니라, 틀 안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틀에 없는 내용을 얼마나 잘 수용할 수 있냐니까요.

그런 점에서 현재 공교육은 매우 부실합니다. 단편적으로 말해서, 수능 국어, 학교 현장 교사들에게 풀어보게 하면 2등급 3등급은 나올까요?

학교 현장 교사들에게 비문학 수업하라고 하면, 사교육 강사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언저리의 수업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죠. 질적으로 매우 떨어질겁니다.


둘째, 수능의 문제의 예시를 들 거면 국어가 아니라 과탐에서 들었어야죠.

국어는 새로운 내용을 처리하는 능력을 테스트 하는 시험이기에, 충분히 시험 목적에 부합합니다. 오히려 수능 국어의 비문학 지문은 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짜여져 있어요.

오히려 수능 국어보다, 탐구영역이 정말 괴랄하게 꼬고 있으며, 억지로 틀리게 하기 위해 만드는 시험입니다. 특히 과학탐구요.

그런데 이런 현실은 모르고, 단순히 국어에서 비문학 내용이 교과서에 없으니 => 경질, 감사 하니까 당연히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알아본건지 의심이 들지 않겠어요?


셋째, 평가원에게 해설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평가원은 모의고사, 수능 모두 문제만 출제할 뿐, 그 문제 출제의 의도는 무엇이며, 평가원이 의도한 풀이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적 업무이고, 특별히 비공개할 이유가 없는데도, 단순히 해설서를 공개하면 이의제기 등 귀찮은 업무가 많아지니까, 비공개로 진행합니다. 평가원의 업무는 밀실에서 진행되는 업무에요. 

대통령이 정녕 공정과 정의를 원하신다면 밀실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업무를 투명하게 끌고 나와 통상의 업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평가원이 해설서를 공개하지 않으니, 수험생들은 혼자서는 문제가 갖는 의미와 알맞은 풀이 방향을 알 수가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듭니다.

Ebs에서 제공하는 해설은 복잡하고, 단순 계산만 나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식으로 푸는게 아니라는 건 학생들도 알거든요.

출제 의도대로 풀면 간단하게 풀릴 걸 굳이 해설서에 있는 비효율적 풀이로 풀 필요가 없으니, 해설서를 보지 않게 되고

사교육 시장을 찾아가 효율적 풀이를 찾게 됩니다.

정말 단순히, 평가원이 공개하지 않는 해설을 공개하도록 만들면 돼요.


아마 수능 문제의 괴랄함을 언급하며 예시를 과탐으로 들고, 평가원에게 해설서 제출하도록 한다고 밝혔으면 오히려 여론은 정반대였을 것 같은데, 대통령이 핀트를 한참 잘못 잡은 것 같아요.


공정과 정의를 위한 방향성 그 자체는 존중하지만, 방법이 한참 잘못되었음을 정부가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정부를 보면 사막을, 바다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나침반만 갖고 목적지를 향해 무작정 가기만 하는 정부 같아 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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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참 · 1020565 · 23/06/21 15:30 · MS 2020

    1. 현실적으로 불가해보이지만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살기 좋은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그에 따라 대학의 필요성도 줄어들고 학벌주의도 자연스레 타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 비문학을 독해하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칠 능력이 되는 교사 분들도 많습니다. 전국의 모든 교사 분들이 수능을 응시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 통계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따라서 일반화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에서 학습할 수 있는 것들 단순 암기시키지 않고 유의미한 문항을 내신에 출제하시는 교사 분들도 많습니다.

    3. 평가원이 해설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풀이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문제를 두고도 강사마다 다른 풀이를 제시하고 학생들도 다른 풀이를 공부하며 실력 향상을 이루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귀찮은 업무가 많아지니까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풀이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해설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책참 · 1020565 · 23/06/21 15:30 · MS 2020

    전반적으로 글의 내용에 동의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