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매 칼럼] 2. 문장 짜임, 어떻게 풀어야 하노?
1. PROLOGUE
기출 아이디어를 언어 논리 풀이로 접근하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저번 글에서 관형사 / 형용사 구분을 서술성 측면에서 입각해 서술어가 필수적 부사어를 요구함을 이용하여 풀이를 상당히 쉽게 만들 수 있었죠? 그런데 종종 하시는 질문으로 그럼 용언의 자릿수를 다 외워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 종종 오더라구요.
상식적으로 그러겠어요? 제가 그 글에서 당장 했던 말이 '외우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라'인데요...
과연 미경이가 용언의 자릿수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지켜봅시다.
2. ANTEDOTE
오늘의 문제는 이겁니다. 얼핏보기에 좃밥처럼 느껴지는 이 문제의 정답률은 38%로 22수능에서 당당하게 오답률 8위를 기록하였네요. 대충 출제 의도가 어떤지도 보입니다.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는 '~기에'라는 어미를 필수적 부사어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엿먹이려고 적은 어미인지가 중요하겠네요.
1) 용언의 자릿수 문제를 접근하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간단한 방법은 예문 만들기입니다.
따라하세요, 예문 만들기. 한국인이 평생 써온 언어로 예문을 못 만든다? 그냥 존나 맞아야 합니다.
이 때 예문을 만들면서 지켜야할 중요한 원칙은, 반드시 최대한 짧게 만드는 겁니다. 왜냐? 최대한 짧게 만들어야 필수 성분만 남으니까요.
유리하다 < 이걸로 가장 짧은 예문 만들어볼게요.
아군이 유리하다.
이걸로 끝이죠? 더 할 거 없죠? 그니까 이 친구는 주어만을 요구하는 1자리 서술어인겁니다.
이렇게 생각했으면 잠깐 정신 차리시구요, 보기 문장을 볼게요. 저 문장을 주어만 남기고 다 지워볼래요?
지형은 유리하다.
대체 뭐에 유리한데요..? 어색하단 말이죠. 우리가 아군이 유리하다는 표현을 이렇게 편하게 생각해내고 믿을 수 있는 이유는, '아군'이라는 단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적군'을 전제하고 있는 표현이라서
아군이 적군에 유리하다에서 '적군에'를 생략하고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는 거예요.
여기서 두 번째 원칙 세우겠습니다.
2) 예문을 세운 뒤, 예문에 있는 필수 성분만 남기고 문제에서 주어진 문장을 줄인다.
이렇게 했을 때 두 문장이 모두 자연스러운 것 같다! 싶으면 아마도 그게 맞을 겁니다.
(자연스러움을 판별하는 기준은, 이 문장만을 읽었을 때 내가 궁금한게 생기냐, 안 생기냐로 따지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저는 아까 '대체 뭐에 유리한데요..?'라는 질문을 던졌죠.)
서술어 '유리하다'는 주어, 필수적 부사어를 요구하는 2자리 서술어입니다.
⑤ 나는 구호품을 수해 지역에 보냈다.
마찬가지로 생략법을 써봅시다.
나는 수해 지역에 보냈다. (뭘?)
구호품을 수해 지역에 보냈다. (누가?)
나는 구호품을 보냈다. (누구한테?)
걍 뭘 생략해도 어색해지기 때문에 주어, 목적어, 필수적 부사어를 요구하는 3자리 서술어입니다.
이것보다도 이번 문제에서 눈이 가는 선지는 ②, ④예요.
② 그는 바람이 불기에 옷깃을 여몄다.
여기에서 '바람이 불기에'가 부사어라는 것은 확실히 저희가 알 수 있겠는데요
이게 필수적 부사어가 될 수 있나?
이 질문에 대해서도 사실 그냥 생략하고 그는 옷깃을 여몄다 해도 자연스러우니까 넘어갈 수는 있는데
그럼 왜 주어진 보기에서는 '~기에'가 필수적 부사어이고 2, 4번 선지에서는 필수적이지 않은 부사어가 되는건지, 여기에 대해서 한 번 생각을 해보자는 거예요.
일단 의미부터가 다르죠?
'외적의 침입을 막기에' 유리하다 이 문장은 다르게 고치면
-> 외적의 침입을 막는 것이 유리하다 예요. 그래서 여기 나온 '막기에'는 ('막+기'+에)가 되죠. 명사형 전성어미 '기'에 조사 '에'가 붙어서 부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조사인줄은 어떻게 알았냐구요? 명사 뒤에 왔으니까 조사죠.) 밑줄 치세요.
하지만 '바람이 불기에' 옷깃을 여몄다는 '바람이 불어서' + '옷깃을 여몄다' 가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에 이 부사어는 인과 관계-원인의 포지션에 있게 되어요. 그래서 이건 절대, 필수적 부사어가 될 수 없습니다.
Q. 갑자기 그게 그렇게 된다구요??
왜 원인+결과의 의미를 담으면 필수적 부사어가 될 수 없냐, 이걸 이해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들었던 언매 개념 강의로 돌아가봅시다. 자, 당신은 강의실을 거닐고 강의실에 앉아 있습니다.
선생님 : 그래서! 이런 경우 부사절로 안긴 문장과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은 구분할 수 없습니다! (밑줄 찍)
이런 경우가 어떤 경우죠,, 잠시 기억을 떠올려봅시다. 초록 칠판에 예문 2개가 쓰여져있어요.
1)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나는 옷깃을 여몄다.
2) 나는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옷깃을 여몄다.
일반적으로 안긴 문장을 만들 때는 '전성 어미'를 사용합니다.
EX) 나는 밥을 먹기가 싫다. 이 경우 명사형 전성 어미가 사용된 것이죠.
그런데 특이하게도 부사형 전성 어미는 연결 어미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보이는 '-어서'만 하더라도 의미가 완전히 같죠. 아니 애초에, '부사형 전성 어미' < 연결 어미입니다.
왜냐? '나는 밥을 먹고 상을 치웠다.' 이런 문장을 볼게요. 이건 나는 밥을 먹고 + 나는 상을 치웠다로 '대등하게 이어진문장'이지만, 사실 의미론적으로 볼 때 내가 상을 치우긴 치웠는데 밥을 먹고 치운 거죠? 그래서 심오하게 이해했을 때 이건 '밥을 먹고'가 '상을 치웠다'는 서술어를 수식해주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품사에서 서술어를 수식할 수 있는건 부사어밖에 없으니까, 이런 식의 해석이라면 저건 부사어인거죠.
방금 예시는 기억만 해두시고, 그래서 인강 강사님이 저런 말을 하신겁니다.
2) 나는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옷깃을 여몄다.
이건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부사절로 안긴 문장입니다. 문장 중간에 있으니까요 ㅇㅇ
1)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나는 옷깃을 여몄다.
그런데 이건, 구분이 안 갑니다. 이어진 문장은 반드시 양 끝에 있어야만 하지만, 안긴 문장이 꼭 문장 사이에만 있으란 법은 없잖아요?
그리고 '이어진 문장'은 대등하든 종속적이든 관계 없이 반드시 '연결 어미'로 이어지니까, 저게 만약에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이면 '-어서'가 연결 어미인거고 부사절로 안긴 문장이면 '-어서'가 부사형 전성 어미인건데 이걸 우리가 어떻게 구분합니까? 의미도 같은데다가 어차피 어미라서 품사도 같은데. 그냥 차이가 없다 이거예요. 그래서 선생님이 저런 말을 하신거죠.
그럼 대체 이 내용이 저거랑 무슨 상관이냐? 두 가지 전제를 기억하세요.
1) 문장 내에서 '부사어'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2)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은 잘라낼 수 있다!
1) 이건 바로 이해가 되시죠? 2번 예문을 위치만 바꾸면 1번 예문이잖아요. (이게 되는지 안 되는지는 직접 해보시고 자연스러우면 되는 겁니다.)
2) 이것도 바로 이해가 되시죠?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나는 옷깃을 여몄다 ->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ㅜㅜ + 그래서 나는 옷깃을 여몄다.
이제 다시 2번 선지 봅시다.
② 그는 바람이 불기에 옷깃을 여몄다.
ㄴ '바람이 불기에' 이건 인과관계죠? 그래서 '그는 바람이 불어서 옷깃을 여몄다.'로 고쳐도 됩니다.
Q. 이렇게 바꾸면 품사가 바뀌는데요?
A. 저희가 지금 풀고 있는 문제는 용언의 자릿수 문제죠? 그리고 용언의 자릿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의미 구분 밖에 없는데, 의미론적으로만 풀 수 있다면 아무래도 품사는 중요하지 않게 되어요.
그는 바람이 불어서 옷깃을 여몄다.
ㄴ 이건 다시 바람이 불어서 그는 옷깃을 여몄다.로 고쳐줄 수 있구요.
ㄴ 이건 다시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그는 옷깃을 여몄다. 로 고쳐줄 수 있지요.
놀랍게도, 한 문장 안에 있는 성분을 완벽히 빼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게 왜 놀랍냐구요?
빼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이 성분이 처음부터 필수 성분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니까요.
3. PERFECTION
이런 식의 접근을 통해 '모든 부사절로 안긴 문장은 문장의 필수적 부사어가 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싶습니다만... 아쉽게도 예외가 조금 있습니다. 좃같게요... 예시 적어주시는 첫댓글께 만덕 드리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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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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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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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저거 저래서 틀린거였나요...
님 아이즈원 팬이에요??
노래 꽤 많이 들은 것 같아요 ㅎㅎ
갑툭쌈무가....!
이거 원영이도 있어요 ㅋㅋㅋ
지난번 글도 그렇고 되게 유쾌하면서도 알차네요 ㅋㅋ
감사해요 ㅎ
만덕퀴즈 풀어봐
그리고 이건 약간 역으로 접근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필수적 부사어를 요구하는 자리에 절의 형태로 안긴 문장을 넣으면 생략이 안 되는 예시가 만들어지지 않나요
'이 경기장은 축구를 하기에 적절하다.' 처럼요
저것도
외적의 침입을 막기에 유리하다 (명사절에 부사형 전성어미, 즉 명사절을 안은 문장)
그는 바람을 불기에 옷깃을 여몄다 (부사형 전성 어미, 부사절을 안은 문장)중 위, 즉 명사절을 안은 문장에 속하기 때문에 예시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찾아보고 왔는데 '바람이 불기에'는 명사절 아닌가요? 부사형 전성 어미 중에 '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람이 불기'+에로 봤습니다만
그래서 부사절로 안긴 문장이라는 말씀을 보고
그냥 '절의 형태로 안긴 문장'이라고 한 거긴 합니다.
https://ko.dict.naver.com/#/entry/koko/69faf2a8e5284d03be5a1713f1927217
요거 봐주세요 ㅎㅎ
저 예문은 원래부터 명사절로 의도하고 지은 거라 예시가 될 수는 없겠네요
개추 진짜 따랑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