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 칼럼) 영어든 국어든 지문은 '강연'입니다.
요즘 메신저를 하다 느끼는 것은 글은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그나마 이모티콘이 많이 생기고, 그만큼 많이 쓰게 되어서 글에 덧붙여 우리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라는 게 결국 이런 문자로 밖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하기에 농담삼아 화난 척을 하면 진짜 화났다 생각하고, 웃으면 마냥 재밌어하는 것으로만 보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반/비언어적 표현이 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우리가 수능 지문을 읽으며 가장 힘들어 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우리가 비슷한 내용을 만약에 강연으로 직접 듣는다 생각하면 과연 우리가 수능 지문을 읽을 때만큼 이해하기 어렵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느껴질까요? 전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직접 말하고, 행동으로 묘사함으로써 우리의 뇌는 더욱 활발히 작동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졌던 문장은 그 사람의 목소리와 제스처를 떠올리며 곱씹을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글로만 된 수능 지문의 경우 우리는 곱씹을 수 있는 기억의 요소가 매우 적죠. 그 때문에 지문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고, 말 그대로 '글자가 튕겨져 나가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전 요즘에 지문을 읽으면 속으로라도 제가 강연을 한다는 느낌으로 읽고 있습니다. 영어든 국어든 상관없이요. 내가 강연자가 되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글을 말한다 생각하고 문장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글이 잘 읽힙니다.
지문을 읽을 땐 여러분이 직접 TED 강연을 하고 있다 생각하시라는 얘기입니다. 주제가 어려워도 괜찮습니다. 결국 강연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건 '정보 전달'이 전부니까요. 지문 속에서 강연자(여러분)는 어떤 정보를 말해주고, 그 정보가 시대에 따라 취급 방법이 달라졌거나 최근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것없이 알찬 강연이죠. 그렇게 지문을 읽고, 정보를 얻으면 그것은 나의 또 다른 배경지식이 되고, 강연을 함과 동시에 듣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수능 지문을 어찌 보면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를 찾아야 할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도 문제 발문 자체가 이렇게 나올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도 결국엔 '정보 전달'입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주장했다.'라는 문장은 다르게 해석하면 '누군가 어떤 주제에 대해 펼친 주장은 이렇다.'라는 사실을 전달한 거니까요. 그 사람의 주장이 곧 그 지문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정보인 것입니다. 이 뒤에는 이 사람의 주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논리적 상황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은 뻔하지 않습니까?
어떤 지문이든 지문 내의 문장들은 가장 거대한 '정보'라는 틀 안에 각자의 표현방식만 다를 뿐이지 같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지문들은 모두 하나의 대본입니다. 이 글을 보시고 한 번 명견만리나 TED같은 곳에서 강연을 조금만 보고 다시 국어지문으로 가보세요.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강연이나 지문이나 하고자 하는 것은 일맥상통하며 우리는 지문이라는 딱딱하고 차가운 문장덩어리에 반/비언어적 표현을 넣음으로써 생기있고 따뜻한 강연으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급히 생각난 거라 잊지 않으려 막 휘갈기다보니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할 수 있으니 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쓰는 칼럼이고, 한국사 이후로 수능 과목으로는 처음 써보는 칼럼이네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아요 꾹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ㅎ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반수로 메디컬 환생을 노렸으나 수시충+의지 부족으로 실패 그리고 복학 여러가지...
-
옵치 특 0
10판하면 내가 못한판 2판 내가 케리한판 2판 1인분한판 5판 버스탄판 1판...
-
[속보] 尹대통령 "영어 1등급 컷은 좌파 카르텔의 조작적 선동" 3
尹대통령은 영어 1등급 컷은 좌파 카르텔의 조작적 선동의 결과라고 하며 1등급 컷을...
-
ㅈㄱㄴ
-
탈르비합니다 5
오늘부로 탈르비합니다 현역 때부터 이제까지 정말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
이대약대 논술 12
난이도 어땠음? 작년기출보단 빡빡했는데.. 다들 어땠음? 3-1제대로 못풀고...
-
애니 추천좀 7
괴수8호 진격의거인 체인소맨 같은 세계관 확실한 액션물을 좋아하나봐요
-
이사회가멸망했으면좋겠음 그래서항상숏만침 코인이든주식이든
-
성탄절 계획 11
피시방 갈 크루원 구함....
-
학생때 풋풋한 연애 한번은 해보고 싶었건만...
-
내년에 현역 정시로 홍대 인문자전이 목표인데 확통으로 밀고 가면 안되는건가요? 일단...
-
성적이 행복을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음 내 삶의 의미를 정말 모르겠다 의미는 내가...
-
그게 나야… 동국대가 안정이 아니네 쒯
-
이번에 삼반수할생각인데(수학은 2월부터) 25수능4등급(모고는 보통3등급) 확통 단...
-
우리집올사람 2
미국 애리조나주
-
그치만 재능 없는 우리는 노력이라도 ㅈ빠지게 해야 한다 이거야
-
이미 한 10명정도 오긴했는데... 뭐 아는범위내에서는 대답해줌 지금 2-2임
-
물지하려 했는데 이번에 물리 표점보고 답 없을거 같아서 물리 빼려고 하는데 지과는...
-
OMR 스캔은 다 끝난듯? 이제 진짜 성적발표만 남은건가..
-
조별과제 하는데 2
꼬르륵 소리 존나 크게 나서 개민망함
-
[의대면접 MMI 분석] 성균관대 의대 면접 기출 경향 분석, 준비방법 - 추가 질문, 꼬리질문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0
안녕하세요, 의대 면접 대비 LTP컨설팅 입니다. 오늘은 다음주에 있을 성균관대...
-
사탐런을 조장하는 평가원은 출제기관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5
평가원은 #~#
-
기계썼어여 1번 1. 8 2. 100 8990 3. 12xx/432 xx는 기억이...
-
수능은 성취도 평가가 아님
-
수없이 많은 날을 나 기도해왔죠
-
오르비 메타랑 동덕여대 사건 때문에 이미 도파민 최대치임
-
까라면 까야지 뭐
-
오늘저녁은 삼겹살 13
+맥주 조아조아
-
미리 물리 공부하고 가려는데 어떤거로 시작하면 좋을까요? 추천해주세요
-
글리젠이 업네 0
심심하뇨
-
44점이 다른 지구 고수분들에 비하면 잘본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6,9평에 비해...
-
생명 강사 추천 0
고2때 섬개완+ 상크스 듣고 내신 대비 했어요. 고3때 백호를 그대로 들을까요?...
-
밥먹고 혼영데이트하려는데 이대 신촌 맛집 ㅊㅊ좀
-
공붕이 근황… 3
공익붕이.. 버스배차 ㅈ버그 터져서 퇴근 못하는중…
-
인간관계가 귀찮다기 보다는 말그대로 혼자 있고 싶음
-
배치컷 백분위로는 플러스나오는데 실제로 예측누르면 마이너스 나오더라? 메가스터디...
-
저메추좀 ㅈㅂ 8
배고파ㅏㅏㅏ
-
좀 애매함 과탐4 능지가 사탐파면 1가능은 팩트 다만 사탐1이 과탐간다고 4는 안나올거같음
-
첫정답 5000덕
-
할아보지들 실압근보는중
-
난 진짜 저능하구나 ← 현장에서 이 생각 듦
-
정말 이쁘네요
-
나 .왜 68 나옴 ㅜㅜ
-
어그로 ㅈㅅ 나 정말 궁금해요 대치동 일요일 밤에 한티역 앞이나 학원 앞에 대형...
-
저메추좀
-
확통하려고했는데 ㅈㄴ 안맞는것같아서 계속 미적에남아야하나 고민되네염
-
가나 시절에는 가4나1 열심히 외쳤으면서 왜 과4사1은 인정을 못해 인스타보면...
-
이미지쌤 캘린더 0
사은품으로 받으신 분 중에 저에게 판매할 분 계신가요 ㅠㅠㅠ
발췌독 하시려면 볼드체 주위를 위주로... ㅎ
좋아요꾸욱
국어풀때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랑 흡사하네요
비문학 지문이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누군가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는 생각으로
정의된 개념들을 깔면서
특정 주제를 전달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풀면
잘 풀렸던 것 같아요
메인글 독존님 글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끄적여봤어요. 결국 강연에서 할 법 한 말들을 짧게 압축시킨 대본이 지문이기에 시선을 조금만 바꿔도 되게 재밌게 느껴질 수도 있더라고요
실제로 많은 기출 지문들을 읽어보면
교수님들이 친절히 학생들에게 설명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것 같아요
좋은 글입니다ㅎㅎ
'시험 문제'는 우리를 괴롭히지만, '지문'을 쓴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잘 전달하기 위해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거쳤을 거니까요 :)
헉 영광입니다 ㅜ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문과 소통하자!
지문, 나의 빛
지문, 나.
이거 ㄹㅇ임
그래서 걍 한문장읽고
대화해서
오, 그렇군 오 ㅈㄴ 신기하네
그래서 그건 뭐임?
하면 풀림
ㅄ샛기들이 독자가 알아듣게 서술해야 될거아녀 암튼 내잘못아님 ㅅㄱ
좋은 글이네요
나중에 읽어야겠당
와 이거 ㄹㅇ 맞음 제가 영어공부하면서 선생님 성대모사를 머릿속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확 올랐던거 생각하면 ㄷㄷ
와 읽자마자 개추 ㅋㅋㅋㅋ
저도 이렇게 읽는데
국어에서 사상가가 나오거나 주장이 나오면 강연을 하는 거로 생각하면서 읽어요
영어도 좀 쉬운 지문은 그렇게 읽는데 어려워지면,,, 머릿속에서 재생이 안되요
독존 님 수제자 답네요 오호 새로운 방식 ~~~ 잊혀지기 전에 휘갈겨줘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