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매뉴얼 ver 2.0> 1.1 진짜 공부법 vs 가짜 공부법 : 더이상 공부법 찾아다니지 마라
안녕하세요! 국잘알외대생입니다.
어제 쓴 글이 메인에 올라가서 깜짝 놀랐어요! ㅎㅎ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연재할테니,
여러분들도 길거나 어렵다고 금방 내려버리지 마시고
몸에 좋은 쓴 약 먹는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그러나 본질적인 내용은 빠뜨리지 않게 써보겠습니다.
1편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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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부 매뉴얼 : 왜 나는 공부해도 점수가 그대로일까?
1.1 진짜 공부법 vs 가짜 공부법 : 더이상 공부법 찾아다니지 마라 (2.23)
혹시 유튜브의 이 영상 보신적 있으신가요?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으니 잠깐 보고 오시죠!
(다 볼 필요없고 4분대 정도까지만 보셔도 됩니다)
보고 오셨나요?
리처드 파인만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요?
영상을 요약하면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질문에 대해 완벽한 답을 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들 사이의 '대화' 혹은 '문답'은,
서로가 참이라고 생각하는 명제(=상식)를 전제로 이루어지는데,
그 상식의 범위가 다르고 또 서로 그 범위를 모른다면,
어느 수준까지 설명해야 질문자에게 충분한 대답이 될 것인지를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가 이 영상을 서두에 꺼낸 이유는,
지금 제가 수능 국어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공부법 전체부터 설명하는 것이
리처드 파인만의 이 생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공부법 전체에 관해서 말고 국어공부법, 중요한 거, 바로 써먹을 수 있는거부터 빨리 얘기해주면 안되나?'
네, 안됩니다.
이를테면, 리처든 파인만에게 질문을 던진 저 기자처럼,
여러분은 저에게
"왜 공부는 한다고 했는데 성적이 안오르는거죠?"
혹은 "공부는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건가요?"
라고 물은 셈입니다.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 납득할만한 답변을 해주기로 첫 편에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공부(법)에 관해 저와 어떤 상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또 여러분과 저는 이 영상처럼 실시간으로 답변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가진 전제를 확인할 수 없고, 따라서 어느 수준까지의 답변을 해야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가장 밑바닥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즉, 여러분에게 공부법의 전체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여러분에게 국어 공부법의 전체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제'들을 미리 깔아두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역시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공부가 대체 뭔데?"
"어떤 공부법을 따라해야하는 건데?"
"진짜 공부법이 뭔데?"
진짜 공부법의 조건 1)
"공부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것이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관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대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따라하기 쉬워 보이면 그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단순히 얘기해서 소화가 빠르고 귀찮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포도 이론'이란게 있는데, (자세한 건 넘어가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사람들은 자기가 이해하기 힘들거나 어려워보이는 것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서
자신의 포기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대 가면 좋을까?"
"아냐, 가봤자 아마 똑같을걸. 가도 잘 안된 사람도 많잖아, 가도 힘들기만 하고 별거 없을꺼야."
공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관한 것은 따라하기도 쉽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도 매우 쉽습니다.
유튜브에 '실제 수리영역 만점의 손풀이 영상', '2022 수능 국어 1등급의 손풀이 영상' 이런 것들이
인기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이 영상들이 아무 쓸모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여기에도 무언가 얻어갈 점들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공부는 바로 '내면적인 사고과정'에 관한 것이라는 겁니다.
수능을 준비하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든, LEET를 준비하든,
그 어떤 시험을 준비하든 이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최근의 학습 이론이 '행동주의'에서 벗어나 '인지주의' 혹은 '인지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또한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최근도 아니고 이렇게 바뀐 것은 상당히 오래된 일입니다.)
제가 가짜 공부법이라고 한 이유는,
그 공부법을 따라하면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혹은 성적에 일말의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방식의 접근, 즉 겉으로 드러난 행동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수많은 공부법들이
'학습'이라는 것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 '7번 읽기 공부법', '5색 정리법',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공부법' 등등
이런 것들은 하나의 특수한 팁에 불과할 뿐, 솔직히 말해서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은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공부를 하는 동안 어떤 지점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사고흐름을 가져야 하는지,
또 왜 그렇게 생각해야하고 그건 무엇으로 연결되는가이지,
7번을 읽은 5번을 읽든,
5색으로 정리하든 3색으로 정리하든,
저녁에 공부하든 아침에 공부하든,
이런건 공부와 별 상관이 없다는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손풀이 영상을 봐도 여러분은 거기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기 힘듭니다.
그런 영상은 마치 아침에 올라오는 손흥민 하이라이트 영상과 비슷한 것입니다.
손흥민 하이라이트 영상을 아무리봐도
손흥민이 잘한다는 것만 보이지
어떤 훈련, 어떤 노력을 통해서 그런 실력을 갖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처럼,
손풀이 영상을 아무리봐도 공부법에 관해서는 일말의 단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제 글 말고도 다른 공부법에 관련된 글을 봤을 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행동에 관한 것이라면 굳이 그 글을 따라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걸 따라한다고 여러분의 실력이 올라가거나 성적이 향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진짜 공부법의 조건2)
"지나치게 추상적인 말들, 애매모호한 말들로 설명되는 공부법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러분들이 공부법을 따라하려고 해도 잘 안되는 두 번째 이유는,
사람들이 설명해주는 공부법들이 자기만 알고 있는 말들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위에서 했던 리처드 파인만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데,
사람과 사람이 무언가 의미들을 주고 받고 의사소통하기 위해선,
'개념'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여러 표현들에 관해 서로가 생각하는 의미가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글에서 국어 공부법에 관해서 설명할 때,
어떤 표현, 어떤 단어를 자기가 주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이 정보와 이 정보를 붙여읽어라,
기출분석을 스스로 완전히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때까지 해봐라,
중심내용 위주로 글을 이해해야 한다, 등
(이 역시도 수도 없이 많지만 더 다른 예가 당장 떠오르질 않네요)
붙여읽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정확히 무얼 말하는 건지,
스스로 완전히 이해했다는 느낌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인데 어떤 느낌이어야 되는 건지,
중심내용이 정확히 뭔지, 그 위주라는 것은 대체 뭘 말하는 건지,
우리는 이런 말들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공부법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말들로,
혹은 어쩔 수 없이 추상적이라도 최대한 많은 예들과 함게 있거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명확한 기준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적인 노하우에 의존하기 보다는, 이론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입증된 근거가 필요합니다.
(저도 설명하는 와중에 출처가 떠오른다면 최대한 그 출처를 적어두겠습니다.)
진짜 공부법의 조건3)
"지나치게 유형화에 집착하는 공부법은 따라할 수 없는 공부법이다."
이런 공부법들이 있습니다.
이 지문은 A유형이야. 글은 총 15가지의 유형이 있어.
아, 이 지문은 15가지 유형 중 C유형의 2번째 예외야. 블라블라~
이런 것들은 '가짜 공부법'입니다.
왜냐하면 먼저 이런 공부법들은 사실 아무런 실체가 없습니다.
이런 것을 'Ad hoc'하다고 하는데,(단어 자체는 몰라도 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어떤 새로운 정보를 직면했을 때 계속해서 임기응변으로 변명을 하는 식의 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공부법들은 저 수많은 유형들을 전부 알고 전부 분류하기도 힘들 뿐더러,
그 분류 자체가 논리적이고 실효한 원리에 바탕을 둔게 아니라,
단지 분류를 위한 분류이기 때문에 실제 텍스트의 이해나 문제풀이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짜 공부법'은 최대한 간단하고 명료한 소수의 원리로,(이왕이면 통일적인 하나의 원리)
다양하고 수많은 예들을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진짜 공부법의 조건 4)
"부분이 아닌 전체에 대해 말해주어야 한다."
제가 이 칼럼을 기획한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건 수능 국어 영역에 특히 중요한 부분인데,
국어 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해 서로가 강조하고 주장하는 방법론들이 다른 경우가 많고,
무엇이 옳은 방법이라고 입증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강사들을 보더라도 수강생 중 국어 1등급이나 만점자는 꼭 하나씩 있고,
그런 사례의 존재는 반드시 그 강사의 방법론이 유용하고 옳다는 것의 근거로 사용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 만점자가 내가 아닐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혼란들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전체 모습'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동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가 저기같고 저기가 여기같아서 모든 길이 다 다르게 보입니다.
그러나 남산타워에 올라가서 내가 지나온 길들을 위에서 조망해보면,
아 내가 지나왔던 길이 저기구나, 이런 루트로 올라온 거구나 하고 쉽게 알 수 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국어 공부방법들이 지금은 뭐가 맞는지 알 수 없지만,
국어 공부법의 전체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아 이 방법은 이걸 이렇게 표현한 거구나, 이 부분의 이걸 말하는 거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결국 그 이해는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확신을 가져옵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의식,주의)하고 있지 않으면 학습되기 어려운 것처럼,
공부를 할 때 그 방식에 '신뢰'를 갖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학습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 '의식적인 연습'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선 내가 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필요합니다.
자, 지금까지 진짜 공부법이 가져야할 4가지 조건에 대해서 설명드렸습니다.
정리하자면, 진짜 공부법은
외면적인 행동보다는 내면적인 사고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추상적인 언어보다는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되어 있어야 하며,
지나치게 유형화에 집착하기 보다는 하나의 통일된 원리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부분보다는 전체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제 글말고도 다른 여러 글들을 읽을 때,
이런 기준으로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여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서 제 욕심으로는 제 칼럼이 여러분이 찾아헤메는 마지막 공부법이었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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