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함 [318496] · MS 2009 · 쪽지

2013-12-04 15: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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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더 준비하실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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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누구보다 수능을 여러번 봤고 저희 동생도 이번에 수능을 본 터라 오르비에 들렀는데 수시 발표철이 다 되어 가서 그런지 많이들 희비가 엇갈리시는 것 같네요. 그런 터에 제가 저희 동생이 또 수능을 보고싶어 하길래 편지로 전하고 싶었던 말을 여기도 올려보려고 합니다.


저는 동기들보다 월등히 좀 나이가 많에 대학에 들어왔습니다. 군대도 다녀와서 1학년을 처음 경험했으니 좀 많기는 했어요. 충분히 남들 앞에서 말하고 다닐 수 있고 입학하기 전 합격자 신분일때는 축하도 많이 받고 친구들 한테 한턱 쏘기도 하면서 이제 앞으로 다 잘 풀릴것이다 하며 기뻐했었어요.  
새터도 다녀오고 동기들이랑 어울려 보려고 술도 몇번 사주고 당구도 치고 여러 행사에 정말 잘 나가서 지금도 동기들이랑 만나면 잘 인사하고 시덥잖은 농담도 던지고 그러고 지낼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 다닐 수록 동기들이나, 선배들이나 어울리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딜 놀러간다고 하면 제가 먼저 껴서 같이 놀러가자고 말하기에는 자기 또래와 어울리는 것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함부로 낄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또 오는 연락만 받아서 나가기에는 제가 이미 동기들에게는 어려운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말도 놓고 반말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약간의 말로 다할 수 없는 불편함이 존재하기 마련이었습니다. 물론 대학만을 바라보고 살던 수험생 시절에는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고,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이루어 질 것이다 라고 믿어왔었기 때문에 한해 더 준비하시는 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글을 보실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위의 말을 저도 입시 준비할 때 몇 번 들은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학교만 가면 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혼자 타지에서 이렇게 지내는 것은 수험생활의 고독을 견디는 일보다 조금 더 극심합니다. 아싸로 지내지 않은 저도 이정도이고..
 
입시를 한 해 더 준비한다는 것이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것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건 단순히 내 한해를 까먹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날 새로운 사람과 한 해 더 멀어짐을 또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스무살엔 스무살에 할 수 있는 일이, 스물 넷엔 스물 네살이 해야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다 다르게 존재하더라구요.

제가 이런 말을 해도 결심하신 분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마음에 작은 파도도 치게 할 수 없을거라는 걸 압니다만,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고 한 해 수능을 더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특히 금전적으로요.

마지막으로 좀 관련없는 말을 하자면, 과와 대학이 있을 때는 sky까지는 대학을 보고 가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특히 연고인문과 서성상경은 그 갭을 무시할 수 없을거에요. (서울대와 연고대는 언급이 무의미합니다.)
모쪼록 대단히 힘든 길을 걸어오셨고 걸어가시는 분들 모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힘내시고 앞으로의 입시생활이든 대학생활이든 최선이나 노력을 넘어 잘 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 참 어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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