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일 [1072784] · MS 2021 · 쪽지

2021-09-09 23: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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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평일] 1등급 문학 공부법② : 고전시가의 진실_핵심은 고전어휘가 아니라 '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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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어강사 국평일입니다.

저번 글에 이어 이번에도 ‘1등급 문학 공부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저번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고전시가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학생들이 고전시가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다수가 고전시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왜 이 외계어(?)를 공부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는 모습을 많이들 보입니다.


이런 절망의 호소를 들을 때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합니다. “고전시가의 핵심은 고전 어휘가 아니야! 핵심은 당대 사상이야!출제자들은 수험생들이 고전 어휘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국문과 1학년 수업을 들어가 보면, 대다수의 국문학과 학생들은 고전 작품이 고전 어휘로 적혀있을 때, 다른 수험생들처럼 작품을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국문과 학생들도 고전 어휘를 모르는데, 다른 과 학생들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렇지만 1학년들이 고전 어휘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사실에 교수님들은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 말은 수능 문학을 출제하시는 국문과 교수님들은 수험생들이 고전 어휘를 모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계시며, 알고 있으리란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물론 국문과 교수로서 대한민국 학생들이 고전 어휘를 알고, 고전 문학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계시겠지만,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전에 고전 어휘를 꼭 알고 졸업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출제자가 고전시가를 출제할 때에 초점도 고전 어휘의 지식 유무가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출제자들은 고전시가를 출제할까요? 이유는 바로 현대가 아닌 당대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고자 출제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작품이건, 자료건, 하물며 기술 및 문화이건 간에 모든 학문은 과거의 지식, 즉 ‘사료(史料)’를 기반으로 발전을 꾀합니다. 물리학도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은 위인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발전했기에 지금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고, 건축학도 움집부터 시작해서, 초가집, 기와집, 벽돌집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의 건물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학문 공부에서 사료연구는 필수적인데, 만약 사료를 현대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 본질적 가치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당시의 상황과 발전 수준, 지배적인 사상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만나 만들어진 하나의 결합체가 바로 사료이기에 당시와는 다른 오늘날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 사료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사료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대에 대한 지식·이해가 필요하고, 그 지식·이해를 바탕으로 사료를 평가해야 사료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바라 볼 수 있습니다.


고전시가도 똑같습니다. 고전 작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당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평가해야합니다. 출제자들은 그런 능력을 수험생들로부터 측정하고자 하고, 그렇기에 학생들은 고전시가에서 고전 어휘가 아닌 당대에 대한 이해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고를 공부하셔야 합니다.


※주의 : 결코 고전 어휘 공부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저 또한 고전 작품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몇몇 고전 어휘는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강호, 백구, 여산, 홍진, 성현 등) 다만, 고전시가에서 핵심은 고전 어휘가 아닌 당대 사상이며, 필수 고전 어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고전시가를 읽는 것에 있어 큰 어려움이 없으므로, 학생들이 고전시가 극복을 위해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부분은 당대 사상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추천학생]

① 고전어휘로 인해 고전시가에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② 고전시가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학생

③ 고전시가를 그냥 읽히는 대로만 풀고 있는 학생

④ 고1,2 중에서 국어 공부를 시작하려는 학생



Ⅰ. 고전시가에 대한 이해 : 시기와 향유층


고전시가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창작된 시기는 국문학사에서 근대화 이전, 대략 1900년도 이전으로 말합니다. 한마디로 한국 역사 중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창작된 시들을 우리는 통틀어서 고전시가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전달되는 고전시가 작품의 99%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창작된 작품들입니다. 따라서 ‘고전시가 = 고려&조선 때 창작된 시’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한편 과거에 시가 발전하게 된 이유는 ‘과거제’의 등장입니다. 과거제 시험 중 가장 고등 시험인 ‘제술업’에서는 시험 과목으로 ‘시 창작’이 존재했습니다. 따라서 관직이 태생적 목표였던 양반들은 과거제를 준비하며 ‘시 쓰기’를 무단히 연습하였고, 그렇다보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자연스레 시는 ‘양반’위주로 발전하였습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자를 알아야하는데, 당시 글자는 공부하기 어려운 ‘한자’였기에 문맹률이 높았던 과거의 상황에서 시는 자연스레 ‘시=양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시’의 창작 및 향유가 양반 계층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습니다. 양반들의 행사에서 흥을 돋우며 양반들과 어울렸던 ‘기생’들 또한 시 창작과 향유를 즐겼습니다. 양반들을 모시기 위해 그들은 상류층 문화(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한자 등)를 교육 받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양반들의 지적 활동인 ‘시’ 창작 활동에도 참여하여 양반들과 교류를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생’들은 양반을 위해서 시를 공부했기에, 큰 틀에서 ‘시=양반’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따라서 고전시가를 ‘양반’ 빼고 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다시 말해서 ‘양반’에 대한 이해는 곧 고전시가에 대한 이해라는 말이죠. 그렇기에 앞으로 ‘고려&조선’과 ‘양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전시가를 접근해보겠습니다.



Ⅱ. 고려&조선과 양반에 대한 이해 : 유가사상


과거에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군신(君臣)’관계라는 인식이 있었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으며, 그렇다보니 중국의 지배 사상들이 자연스레 우리나라에도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 사상들이 바로 유·불·도 사상입니다. 유·불·도 사상은 불교가 국교(國敎)였던 신라시대의 자료부터 그 흔적이 발견되지만, 각 시대별 지배계층이 다르기에 사상은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고려를 무너뜨리고 세운 나라가 조선이기에 고려와 조선의 지배계층의 특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배층이 추구했던 사상에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고려는 ‘불교사상’이, 조선은 ‘유가사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시 창작이 흥하게 된 이유는 과거제였습니다. 과거제는 관료가 되는 시험이었기에, 시는 정치적 이념을 표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두 시대의 지배 사상은 다를지라도, 두 시대 양반들이 창작한 시에는 공통적으로 정치적 이념이 담겨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학생들이 고전시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먼저 ‘정치적 이념’을 초점을 두고 고전시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정치적 이념 : 유가사상

유·불·도 사상 중에서 정치적 이념의 성격이 강한 ‘유가사상’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한반도에서 정치의 기틀이 됐습니다. 하물며 조선에서는 지배 사상이 유교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양반들은 어렸을 때부터 유가사상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았으며, 삶의 목표가 과거 급제 및 임금 보필을 통한 훌륭한 정치였기에, 그들은 시를 통해 ‘유가사상’을 표출하였다. 물론 고전시가는 윤리가 아닌 국어 시험의 영역이기에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유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본다면 고전시가의 화자 생각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① 충

먼저, 고전시가에서 많이 보이는 유가사상 중 하나는 바로 ‘충(忠)’입니다. 양반들은 과거 시험을 급제해 임금을 옆에서 보필하며 훌륭한 정치를 하고자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실제로 급제하여 임금의 옆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하기 바빠서 ‘시’를 따로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시를 썼던 사람들은 대체로 임금 옆에 없는 양반(급제x, 은퇴, 유배, 지방 파견 등)들이 주로 시를 통해 임금에 대한 ‘’의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시를 통해 옆에 없는 ‘임금 걱정’ 및 국가에 대한 걱정을 보입니다.


하늘같은 ‘임금’을 직접 시에서 언급하는 것은 당시 분위기로 용납되지 않았기에 몇몇 작품에서는 군신 관계를 ‘사랑하는 남녀’관계에 빗대어 임금 및 국가에 대한 걱정을 표현하곤 했습니다. 물론 ‘기생’들이 종종 ‘사랑하는 남녀’의 이별 노래를 창작했기에 “해당 시가 ‘남자-여자’를 의미하는지, ‘임금-신하’를 의미하는지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남성을 위해 살아갔던 과거의 여성 이미지는 임금을 위해 목숨을 받쳤던(忠) 신하의 모습과 유사한 부분이 많기에 해당 시에 표현된 ‘남녀’관계를 ‘군신’관계로 보기 어려울만한 단서가 존재하는지만 판단하시면 됩니다. 아니라면 군신관계의 충을 노래하고 있다고 판단해도 괜찮습니다. 이와 같은 시를 쓴 대표적인 인물로 ‘정철’이 있습니다.


② 효

두 번째로 고전시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가사상 중 하나는 바로 ‘효(孝)’입니다. 유가사상에서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는 임금과 더불어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입니다. 그들은 ‘입신양명’과 ‘부귀영화’가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효)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사람이 되어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입신양명), 행복한 삶을 살아감(부귀영화)으로써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실제로 급제한 양반들은 입신양명 및 부귀영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으므로 시를 따로 쓸 시간도, 쓸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시에 ‘효’를 드러냈던 사람들은 대체로 급제하지 못하여 ‘효’를 다하지 못한 사람유배 가서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고, 부모님이 걱정하게끔 만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시를 통해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및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 을 보입니다.



대체 이념 : 도가사상

한편, 위에서 말했던 시를 썼던 양반들(급제x, 은퇴, 유배)들 중에는 사회(속세)에 이골이 나서 ‘유가사상’에 등을 돌리고 ‘도가사상’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도가사상’은 ‘유가사상’의 배척으로 인해 조선의 지배 사상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고, 유가사상을 등지거나, 세상의 뜻을 다하고 물러난 양반들이 대안으로 ‘도가사상’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갔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윤선도’가 있습니다.


③ 무위자연

도가사상에서 추구하는 자세는 바로 ‘무위자연’입니다. 무위자연이란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지지 않은 자연을 가리키는데,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즉, 도가사상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쉽게 말하자면 인위적인 인간사회(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주어진 그대로 혹은 최소한의 것에만 만족하며 사는 삶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고전시가 중에서 도가사상을 표현하는 작품들에는 ‘자연친화’, ‘물아일체’와 같이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친구로 생각하는 자세가 그려집니다. 더불어 ‘안빈낙도’, ‘안분지족’과 같은 최소한의 것에 만족하며 욕심 없는 삶의 자세를 그리며 속세(인간사회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생각을 버리며 살아가고자하는 화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념이 아닌 일상 : 여자·평민


④ 기타

마지막으로 고전시가 중에는 ‘유·불·도 사상’과 무관한 내용들로 구성된 작품들도 존재합니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시 갈래인 ‘고려가요’는 민중들의 노래였습니다. 더불어 1443년 훈민정음 반포 이후 글을 쓸 수 있는 계층이 확대되면서 양반 외의 계층들이 한글을 활용해 ‘사설시조’와 같은 시들을 창작했습니다. 이와 같이 양반 외의 계층이 창작한 갈래의 작품에서는 ‘유·불·도 사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관직을 목표로 글을 배웠던 양반과는 달리 다른 계층들은 시에 이념보다는 종종 일상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남녀사랑, 삶의 애환, 지배층에 대한 비판과 같은 일상적인 내용을 시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러한 시들은 다른 사상에 대한 이해 없이,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현대시 읽는 법’과 동일하게 읽으시면 됩니다. 시의 상황, 상황에 대한 화자의 태도(감정 및 생각)에 주목하며 읽으시면, 시의 내용을 파악하시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Ⅲ. 당대 사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전시가 접근


위에서 말씀드린 ‘①충(忠) ②효(孝) ③무위자연 ④기타’를 활용하여 한번 지문을 읽어보고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위 지문은 2019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권호문의 『한거십팔곡』이라는 작품으로 <제1수>부터 충효(忠孝)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더불어 ‘공명(功名)’과 ‘치군택민(致君澤民)’, ‘부귀(富貴)’와 같은 어휘를 보고 ①‘충(忠)’과 ②‘효(孝)’를 추구하는 화자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강호(江湖)’와 ‘조월경운(釣月耕雲)’, ‘빈천거(貧賤居)’와 같은 어휘를 보고 화자의 머릿속에 ③‘무위자연’의 사상도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①~③이 화자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파악했고, 작품 밑에 있는 설명들의 도움을 받으며 읽히는 글자들만 읽으며 내용을 파악해보면 화자는 ①과 ②를 위해 공부를 하면서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즉, ①, ②를 위해 과거 급제를 위해 10년이라는 시간을 썼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급제했다는 말은 없고, 안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화자의 모습과 함께 <제4수>에서 ‘기로’라는 표현을 통해 고민하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어서 <제8수>에서 ‘빈천거 ᄒᆞ오리라’라는 말을 통해 화자가 ①, ② 대신에 ③을 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전시가를 읽을 때는 이렇게 ①~④의 틀을 가지고 이정도만 파악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몇몇 학생들은 ‘공명(功名)’, ‘치군택민(致君澤民)’, ‘부귀(富貴)’, ‘강호(江湖)’, ‘조월경운(釣月耕雲)’, ‘빈천거(貧賤居)’과 같은 단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①~④를 어떻게 파악하냐고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名 = 이름 = 입신양명’, ‘民 = 백성 = 나라 걱정’, ‘부귀 = 부귀영화’, ‘江, 月, 雲 = 강, 달, 구름 = 자연’, ‘빈(貧) 하리라 = 가난 추구 = 안빈낙도’와 같이 기본적인 한자어는 알고 계셔야하고, 그 한자어를 바탕으로 유추를 하시는 힘만 있으시면 충분히 ①~④를 파악하시는데 어려움이 없으실 겁니다. 그럼 이정도 파악만을 가지고 문제를 보겠습니다.


① <제2수>의 ‘부급동남’은 <제4>수의 ‘성주를 섬기’기 위해 화자가 행한 일이다.

‘부급동남’은 ‘책을 짊어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함’이라는 뜻이므로 ‘과거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고, 과거 시험은 곧 임금 옆에서 일을 하고자 치루는 시험이므로 임금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옳은 선지입니다.


② <제2수>의 ‘공명’을 이루기 위해 화자는 <제17수>의 ‘성현의 가신 길’을 따르고자 한다.

‘공명’은 위에서 ‘입신양명’과 동일한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제8수>에서 화자는 ‘빈천거’를 선택했으므로, 유가사상이 아닌 도가사상을 선택한 화자임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화자가 추구하는 ‘성현의 가신 길’은 도가사상의 태도로 따르고자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명’을 위해 ‘성현의 가신 길’을 따른다는 말은 옳지 않은 선지입니다.


③ <제4수>의 ‘강호’를 화자가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제8수>의 ‘부귀 위기’이다.

<제8수>의 종장을 살펴보면 ‘빈천거’를 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부귀 위기’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파악한 내용을 보면 ‘빈천거’와 ‘강호’ 모두 도가사상의 무위자연 태도를 의미하기에 ‘부기 위기’로 인해 ‘강호’를 선택했다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④ <제4수>의 ‘기로’가 <제17수>의 ‘일도’로 나타난 데에서 화자의 내적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로’에서 화자는 ‘갈 데 몰라 ᄒᆞ노라’라며 어디를 갈지(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따라서 <제4수>에서는 고민=내적 갈등의 모습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17수>에서 화자는 ‘일도’라는 표현과 함께 ‘아무 덴들 어떠리’하면서 어딜 가도 상관없다(어떤 선택을 해도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이기에 내적 갈등이 해소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⑤ <제8수>의 ‘빈천거를 ᄒᆞ’면서도 화자는 <제17수>의 ‘도’를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자는 <제8수>에서 ‘빈천거’를 선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빈천거’의 길(=도가사상)을 선택했고, <제17수>에서 은커나 현커나 도가 다르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은’(=도교)의 길로도 ‘현’(=유교)의 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화자가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빈천거’를 통해 ‘도’를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옳은 선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답은 ②이 됩니다. 다음 이야기를 해보기 전에 동일한 지문 문제 하나만 더 같이 보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① <제1수>의 ‘충효’는 화자가 이루고자 했던 삶의 덕목으로 볼 수 있겠군.

<보기>에서 권호문은 효도와 임금 보필을 위해서 과거 급제를 목표로 과거에 여러 번 응시하였다는 말과 ‘생평에 원ᄒᆞᄂᆞ니 다만 충효뿐이로다’라는 말을 종합해보면 ‘충효’는 화자가 이루고자 했던 삶의 덕목이라 말할 수 있기에 옳은 선지입니다.


② <제1수>에서 화자가 ‘십재황황’하는 모습은 과거에 여러 차례 응시했으나 급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겠군.

‘십재황황’은 ‘급한 마음에 십 년을 허둥지둥함’라는 뜻이고, 과거에 여러 차례 응시했다는 사실과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기>에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옳은 선지입니다.


③ <제16수>의 ‘행장유도ᄒᆞ니’는 화자가 유교적 출처관을 따르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보기>에서 권호문이 따른 유교적 출처관은 ‘뜻을 얻으면 그 은택을 백성들에게 베풀고, 뜻을 얻지 못하면 자신을 수양한다.’라고 설명해준다. ‘행장유도’는 ‘쓰이면 세상에 나아가 도를 행하고 버려지면 은둔하는 것을 자신의 상황에 따라 알맞게 함.’이라는 뜻이므로 ‘유교적 출처관’과 유사한 의미이기에 옳은 선지가 됩니다.


④ <제16수>의 ‘병들고 늙은 나를’은 화자가 정치 현실로 나오라는 권유를 거절하는 표면적 이유라고 할 수 있겠군.

‘화보미방’은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서 은둔하는 것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보기>를 참고하면, 조정에서 ‘화보미방’을 빌미로 정치 현실로 나올 것을 권유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16수>의 ‘병들고 늙은 나를 ~ 말라 ᄒᆞᄂᆞ뇨’를 보면 화자가 이미 자신은 병들고 늙었는데, ‘화보미방’을 빌미로 오라 말라 말을 하지 말라고 말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들고 늙은 나’는 정치 현실로 나오라는 권유를 거절하는 표면적 이유로 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선지가 됩니다.


⑤ <제16수>의 ‘회보미방’은 조정의 권유에 대한 화자의 답변으로 볼 수 있겠군.

‘화보미방’은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서 은둔하는 것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제16수> 종장을 보면 누군가가 화자에게 ‘화보미방’을 빌미로 조정의 권유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화보미방’은 화자가 아닌 조정의 권유의 말에 해당하므로 화자의 답변으로 본다는 해석은 올바르지 못합니다.


따라서 정답은 ⑤이 됩니다. 위 두 문제의 풀이에서 보셨듯이, 시어 및 내용을 ‘충’, ‘효’, ‘무위자연’, ‘기타’를 알고 있으면 시의 내용을 판단하기에 훨씬 수월해지고, 선지의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이후에는 그저 현대시처럼 선지처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안한지 비판적 판단만 하면 됩니다. 물론 몇몇 친구들은 여전히 어려워요, 혹은 17번 문제의 5번 선지에서처럼 ‘은’이랑 ‘빈천거’를 왜 묶어주나요? 라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은 4가지 틀을 기준으로 시어와 지문의 내용을 파악하며 유추하는 힘을 기르시면 금방 어렵지 않게 고전시가를 풀 수 있으실 겁니다. ‘충’, ‘효’, ‘무위자연’, ‘기타’를 익히시고, 이를 바탕으로 지문을 이해하며 ‘시어’를 근거를 바탕으로 유추하여 묶어주는 연습을 하시길 바랍니다.



[결론]


지금까지 했던 말을 총 정리하자면 고전시가를 마주했을 때, 먼저 ①충(忠) ②효(孝) ③무위자연 ④기타 중 어떤 것에 해당할지 파악하시라는 말입니다. 만약 해당 시가 ①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임금 걱정’ 및 국가에 대한 걱정과 더 나아간다면 ‘군신 관계를 ‘사랑하는 남녀’관계에 빗대었겠다.’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시를 읽으시면 시의 내용과 화자의 태도를 파악하시기 수월합니다. 고전시가도 결국 현대시처럼 상황과 화자의 태도(감정 및 생각) 파악이 핵심입니다. 다만, 과거는 오늘날과 다른 상황이었고, 다른 이념이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오늘날의 시선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①~④와 같은 기본적인 당시 상황 및 이념을 파악하고, 그 틀을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신다면 그제서야 비로소 오히려 현대시보다 고전시가가 더 이해하기 쉽다는 선생님들의 말이 이해되실 겁니다.


고전시가의 출제 의도는 해석 능력이 아닌, 당시 시대의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당시 시대를 고려하여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세요. 오늘날과 달리 옛날에는 대부분 획일화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양반)이 시를 창작했기에 시에서 하고자하는 말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따라서 당시 시대의 이해를 위해 ‘①충(忠) ②효(孝) ③무위자연 ④기타’를 이해하시고 이를 활용하여 고전시가를 푸는 연습을 하시길 추천합니다. 여러분의 고전시가 극복을 응원합니다! 다음 글은 소설로 찾아뵙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 고전시가 작품 가운데 95%는 ①~④ 중에서 하나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5%는 ①~④에 해당하지 않은 작품들도 존재하므로 필수적 고전 어휘 및 기본적인 한자, 고사는 익히시는 공부도 병행하세요!


※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 비중이 ①~④에 비해 낮기에 따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만,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고전시가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 아무래도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다보니 이해가 어렵거나 설명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궁금점이나 고전시가 공부법에 궁금한 점 혹은 답답한 점을 질문하시고 싶으시면 언제든 질문 남겨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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