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초코라떼 [997837]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6-06 16: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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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6평 물1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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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에서 붙여넣기하는 과정에서 띄어쓰기가 이상하게 된 문장이 많이 생겼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다시 수정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ㅠ 감안하고 봐 주세요


안녕하세요. 이번 6월 모의고사 물리에서 47점을 받은 현역입니다.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고, 물리에 훨씬 재능이 있으신 분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이 글은 '현장에서 고3이 이 시험지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생각했고 어떻게 대처했는가' 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한 것입니다. 이해하고 봐 주세요


6모 전까지 물리는 기출을 몇 번 돌리고 수특 역학 파트를 푼 이후에, 인강 강사들 N제를 조금씩 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용수철에서 워낙 이미 빗면 마찰.. 이런 식으로 문제가 많이 고여 가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6평 물리는 자신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물리의 기조가 그나마 20번 하나 정도 어려운 메타기도 했고, 서울대 표점 때문에 전체적으로 탐구가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작년 물1 임팩트가 좀 컸기 때문에 역학킬러 하나 두 개 정도가 어렵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전날에는 모 인강 강사분 실모를 풀었습니다. 어려운 난이도로 좀 유명한 실모여서.. 대가리가 좀 많이 깨졌습니다.

문제 퀄리티나 구성은 꽤 괜찮게 느껴졌는데, 솔직히 난이도가 좀 어려웠습니다. 평가원에서 저렇게 나올 일은 절대 없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6평 당일이 되고.. 물리 시험지를 분리하는 시간이 됐습니다.시험 봐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인쇄 확인하고 과탐 시험지에서 선택한 과목 시험지 분리하고 하다 보면 잠깐 전반적인 문제 내용을 흘끗 보게됩니다. 솔직히 첫인상은 많이 어려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보통 이렇게 보는 첫인상은 전반적인 문제의 수준이 아닌 역학킬러의 난이도에 따라 결정되니까요.. 20번의 비주얼이 생각보다 매우 무난해서 솔직히 '작년에 그렇게 컷 만들어놓고서도 또 '물'리인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었는데, 2번부터 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전자기 유도가 자기장의 변화로 전류가 흐르게 하는 거니까 ㄷ을 거를 수 있긴 했는데, 평가원 2번 문제치고 생각을 좀 요하는 분위기에 '아 이제 이렇게 지엽적인 걸로 낚는구나' 싶었습니다. 원리 이해 안 하고 무지성 암기한 사람들 많이 틀렸더라구요..


3번은 구리 다이아몬드 규소가 나왔는데.. 반도체가 기본적으로 규소 기반이라는 걸 알아야 쉽게 풀 수 있기도 하고, 절연반도체 도체를 개별 물질과 매칭시켜야 해서 시간이 약간 들었습니다. 완전 첫 페이지가 프리패스였던 지난 기출들이랑은 좀 차이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4번... 이거 ㄷ은 하도 많이 봐서 5초만에 걸렀는데, 소거법 썼을 때 ㄱ이나 ㄴ 중 하나더라구요? 한 20초 고민해 봤는데도저히 모르겠어서

'아 이건 백퍼 내가 정신없어서 못 보고 있는 거다' 라는 생각을 하고 일단넘겼습니다. 시험 끝나기 1분 전에 돌아와서 봤는데 '전자기파'가 딱 보이더라구요. 진짜 헛웃음이 막 나려고 했습니다. 아니 어케 평가원에서, 그것도 물리에서 이런 낚시를??


5번 6번은 좀 무난히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7번도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않았는데.. 원래 에너지 준위로 수소 원자 그림을줘서 '긴 게 에너지 큰 거'라는 국룰을 너무 당당하게 깨길래 좀 놀랐습니다. 이 때부터 좀 이번 시험에 대한 느낌이 이상했던 것 같습니다. 1 2페이지부터 학생들 낚으려는 시도가 좀 너무 많이 보였거든요.


8번... 와 수특에서나 볼 법한 상자+쌓은 물체 유형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수특을 안 봤어도 침착히 힘의 평형이랑작용 반작용 쓰면 쉽게 나오긴 하는데, 평가원에서 힘의 평형을 이런 식으로 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 봤거든요.


9번도.. 자기력선이라는 주제를 얼마만에 보는지 너무 오랜만이었습니다.기존에 잘 출제되지도 않았던 소재인 거 같은데좀 신박했습니다.


10번 파동은 옛날 기출에 거의 비슷하게 나왔던 유형이기도 하고, 전체 파동의 추이를 묻는 게 아니라 특정 지점에서만묻는 거라서 많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11번... 이거 진짜 좀 당황했습니다. 물론 열역학 과거 기출에서 이런 식으로 실험을 제시한 다음 해석하게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상황을 여러 개 연속적으로 주고 정보량을 늘릴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2페이지부터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문제의' 3페이지로 넘겼습니다. 12번은 사설 컨텐츠에서진짜 많이 다루는 유형이라서 금방 풀긴 했는데, 여기서 좀 멈칫한 친구들도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약간 기출 '12번'의 난이도 바운더리를 넘은 것 같은 느낌..?


13번은 좀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이렇게 쓰니까 안 놀란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이건 진짜 놀랐습니다. 아니 3페이지에이런 문제가 왜 나오며, 문제 유형도 그동안의 평가원이 냈다기에는 너무나도 사설스러운 빗면+4개 물체 유형이라서..


저는 빗면 방향 중력을 f, f'로 두고 운동 방정식 세워서 풀었고, 많은 강사분들이 쓰시는 것처럼 역학계 잡고 외력 변화량쓰셔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평가원에서 이런 유형을 이런 식으로, 그것도 13번에 낸다는 게 좀 많이 충격이었습니다. 19년도 수능인가 그 때는 이것보다 훨씬 상황이 간단한 문제가 19번이었거든요.


그 뒤로 14번을 보는데, 특수 상대성 이론 문제 치고 우주선 모양이 좀 새로워서 재밌었습니다. 특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없이 요즘 메타인 쉬운 물리 수준의 문제만 연습했다면 어려웠을 거라고 모 물리 강사 분께서 언급하셨던데, 정말 맞는 말같습니다. 고유시간 개념을 사용해서 침착하게 풀면 많이 혼란스럽지 않았지만, 길이 수축만 사용하려 하거나 시간 팽창개념을 잘 몰랐다면 많이 헤맸을 것 같습니다.


15/16은 개인적으로 이번 물1에서 가장 잘 출제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수특 파동 난이도가 심상치 않아서 평가원이 파동도 난이도를 변별력 있게 올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개념과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응용을 멋지게 섞은 문제들인 것같습니다.


15번은 보강과 상쇄 간섭이 위상차가 파장과 반파장의 홀수배인 경우.. 인 것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것을 v=람다f와 연결지어 진동수의 크기를 판별해야 합니다.


음파의 속력이 일정하다, 또는 스피커와 기준선 사이의 매질이 일정하다 이런 조건이 있었다면 완벽했겠지만, 현장에서는 '에이 이렇게 냈는데 당연히 일정하다고 보고 풀라는 거겠지' 하고 넘겼던 것 같습니다.


16번은 실험 형식으로 나온 문제였는데, 삼각비를 사용하면 정확하게 풀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더라도 굴절각이 커질수록 L2가 길어진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관찰하면 빠르게 넘길 수 있었다고 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약간 뇌절이 왔는데, nsin(theta) 일정이라는 개념을 침착하게 사용하니까 많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17번 유형도 처음 보고 정말 당황했습니다. 기출 학습을 통해서이기도 하고, 오르비에 올라오는 옛날 물리 기출 분석글을통해서 오래 전에 저런 충돌+운동량보존+상대속도 유형이 나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요즘 수능 출제 기조랑은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서 절대 안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각 충돌 상황에서 두 물체의 운동량 합이 일정한 거 사용해서 최대한문자 줄이고 풀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푸는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되게 당황해서 시간 썼는데, 이 유형을 처음 보시는 분들은 뇌절 엄청 오셨을것 같습니다. 


18번은 도선 세 개 합성 자기장 문제였는데, 상황 자체는 기출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의외로 계산하기가 상당히 빡셌던것 같습니다. 저도 이 문제 계산하다가 실수해서 틀렸는데, 평가원에서 마음만 먹으면 역학이 아니라 다른 데서도 얼마든지 시간 쓰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전기력+용수철 원툴이라고 욕먹던 그 물1이 맞는지 정말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19번은 저는 벡터합 0 안 쓰고 문자 생략한 후에 비례상수 없애고 풀었는데, 2:3 외분 상황은 적어도 평가원에서는 거의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4페이지 문제 중에서는 무난하지 않았나 싶은데, 전년도 기출과 대비해서 보면 절대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20번.. 이거 풀기 전에 남은 시간 보니까 한 4~5분 정도 남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시험 진짜 망했구나 생각 들었습니다. 20분은 저는 한 7분 정도 잡고 푸는 게 보통이라 마킹 시간 생각하면 절대 못 푸는 거여서..


근데 막상 문제 보니까 진짜 이게 20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황도 간결하고 묻는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수학이 2130만 엄청 킬러로 내다가 준킬러 위주로 바뀐 뒤 30번을 보는 느낌..? 여튼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나마 헷갈릴 만한 내용이라면 양쪽에서 d만큼 압축한 상황이라 두 물체로 인해 생긴 탄성 퍼텐셜 에너지의 합이1/2kd^2이라는 정도 같은데 용수철이 처음 출제된 것도 아니고 작년에 워낙 많이 나와서 이미 많은 수험생들이 씹고 뜯고 맛본 상황이라 어렵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쪽에서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다면 저도 이 문제 보지도 못하고 끝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랬으면 많이 억울했을 것 같네요 ㅠ



여튼 이렇게 20문제 끝내고 마킹한 뒤에 냈습니다. 끝나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평가원 물리 출제진들 개빡쳤나보다' 였습니다.


겨울방학 즈음에 오르비에서도 좋은 뱃지를 다신 많은 분들께서 의대 진학을 위해서는 물1은 무조건 걸러야 할 과목이라고 절대 선택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계속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무리 그래도 물1 물2 둘 다 50 나오는 상황은 너무 비정상적인데 내년에도 이 기조를 유지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였습니다.


그런 추론이 잘못되었다고 이제 와서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화작이 꿀일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뒤통수 세게 맞고 열심히 언매 다시 보는 중이니까요..


다만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건, 평가원이라는 집단을 우리가 쉽게 예단하고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고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시험 같이 본 현역들과 n수생 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ㅠㅠ 같이 파이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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