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참치 [434362] · 쪽지

2013-04-25 10:17:35
조회수 737

국어 기출 2011 수능 선제리 아낙눼들 질문점

게시글 주소: https://mclass.orbi.kr/0003662159

밤 기러기 드높게 날며

추운 땅으로 떨어뜨리는 소리하고 남이 아니다
- 선제리 아낙네들 中 -

여기서 대부분 답지는 '떨어뜨리는 소리' 부분이 공감각적 심상(청각의 시각화) 이다 라고 하던데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은 하는데

앞에 파란 글자로 쓴 '추운 땅' 이 부분은 공감각적 심상이 안되나요?


'시각의 촉각화' 라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이 부분은 아무도 말을 안하시는지 궁금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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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mJH · 409901 · 13/04/26 00:10

    약간 추상적이고 난해할지도 모르지만 한 번 설명해보겠습니다.
    작가가 심상을 이용해서 대상을 표현하는 현상이 특히 시 문학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상대방이 상대적으로 간결한 글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떠올리도록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다시말해서 작가는 추상적·관념적 대상을 심상이라는 장치를 통해 구체적 표현으로 형상화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참치님께서 언급하신 공감각적 심상은 이같은 형상화의 과정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요.

    이같은 관점과 시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 "추운 땅"이 추상적·관념적 대상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단지 '선제리 아낙네들이 길을 가는 밤이 추운가 보구나'하는 시적 상황을 형성하는 요소로 여겨집니다.
    작가가 "땅"이라는 시어를 추상적·관념적 대상이 아닌 일종의 사실적 시어로 쓴 듯하기 때문에 공감각적 심상으로 볼 수 없을 것도 같네요.

    다소 아이러니한 것은, 위에서 제가 말한 관점으로 "떨어뜨리는 소리"라는 시어를 바라보면 이 또한 공감각적 심상이 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기러기가 내는 소리도 시의 맥락에서 추상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러기가 울구나'로 시적 상황을 형성하는 사실적 시어로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위에서 답을 하면서 확언을 하지 못하는 것은 시어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문학은 비문학과 달리 감상자에 따라서 수용되는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잖아요?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아마 평가원은 "추운 땅과 떨어뜨리는 소리를 보고 공감각적 심상인지 알 수 있겠니?"라는 의도로 3번 선지를 출제한 건 아닌 듯 합니다. 이의제기에 대비해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한 입장에서 위와 같은 의도는 오류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객관적인 근거는 [B]에 공감각적 심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데에 있을 겁니다.

    비루하지만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숲속의참치 · 434362 · 13/04/26 22:53

    비루하다뇨? 바쁜시간 내셔서 이렇게 정성이 담긴 긴 댓글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참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