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공사 [960875] · MS 2020 · 쪽지

2021-01-29 13: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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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남겨보는 시골 소년 대치동 상경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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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치동에 가서 무슨 학원을 어떻게 다닐 것인가.

인강에서 보던 강사들이 어디서 강의하는지 보고 다 따라다닐것인가.

학원을 이전에 다녀본적이 없으니, 특히 대치동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알수가 없었음.


그래서 어떻게든 대치동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을 지인중에 찾기 시작.

물론 이때는 부모님 인맥밖에 없으니..

아버지 고등학교 동창분이 대치동에 거주하고 있었음. 초등학교때 서로 교류도 좀 있었고. 4살많은 형이 있었는데 어렸을때는 몇번 어울렸던 기억이 있음. 한동안 교류가 없다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근황을 들어보니, 그 형은 D외고를 거쳐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음. 나는 서울로 단기유학가려고 이렇게 두근두근하는데, 또 서울에 사는 형은 미국으로 가는구나 하며 세상은 넓다는 생각을 함. 요즘 부동산이 난리인데, 사람들은 이른바 상급지로 옮기고 싶어함. 그럼 이른바 최상급지인 압구정에 사는 사람은 어디가 상급지냐.. 맨하튼이라고 누가 농담하는걸 들었는데, 비슷한 느낌임.


이야기가 샜는데, 소개로 대치동 소재 학원에 등록함. 미도+a 학원이었는데,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음.그 학원에서는 강의실에서 하루 종일 수업들이 진행되었고, 나름 경쟁력 있는 선생님들을 초빙해서 강의를 하는 그런 시스템이었음.  

 시간이 두달 남짓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강의를 다 듣고 싶은 마음이었음. 실제로 오전 8시부터 저녁 10~11시 정도까지 하루 종일 강의를 듣는 시간표로 짬. 내가 뭘 짰다기 보다는 뭐가 좋은지 모르니까 일단 학원에서 진행하는 강의 중에 시간이 겹치지 않은걸로 다 주세요 한것. 그때 나는 마음이 급했음. 일단 2달동안 얻은 자료를 우겨 넣고 남은 3월부터 수능까지의 시간동안 천천히 소화시킨다는 계획이었음. 언어, 수리, 사탐, 과탐.. 영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넣음. 여기에서 알수 있듯이 내가 서울에 올라온것은 "선생님"한테 듣는 "강의"가 우선순위였음.


이윽고 서울에 올라와서 대치동 생활이 시작됨. 


숙소는 대신증권 뒤에 ㅋㄹㅇ 고시원이라는 곳에 얻었음. 당시 고시원에서 살아본적이 없었는데, 방은 엄청 좁았음. 한달에 30만원이었고, 창문이 있는 방은 31만원이었음. 비교적 급하게 구하다보니 선택의 여지는 없어서 창문은 없었음. 고시원에서 살았으면 힘들었겠다 이럴수도 있는데, 당시 학교에서 4인1실 기숙사를 쓰던 나에게는 진짜 만족스럽고 심지어 행복했었던 생각이 남. 원효대사 해골물. 지금은 그정도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재화가 필요함. 아니 물질로 느끼는 행복으로는 다시 비슷한 느낌을 얻기 어려울지도 모름.


학원으로 가는 첫날 아침일찍 일어나서 학원으로 향함. 식사는 고시원에 딸린 조그마한 주방에서 해결함. 서울에 올때 같이 올라왔던 어머니가 끓여놓은 김치찌개가 있었음. 지금도 그 향기랑 맛이 기억남. 남보기 부끄러우니 그냥 내려가시라고 짜증냈었는데, 왜 항상 죄송함과 부끄러움은 부모님 없을때 찾아오는지. 그런데 지금도 그러함. 고시원에서 학원으로 가려면 그 유명한 은마아파트 옆길을 거쳐서 걸어가야 했음. 당시에는 그렇게 유명한줄도 잘 몰랐고, 낡은 아파트가 단지한번 진짜 크네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남.


첫날 학원으로 걸어가면서 맘속으로 했던 되뇌었던 말이 있음.

"기죽지 말자" 왜 이런 다짐을 했느냐면 이미 기가 죽어있었기 때문임.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생활해본 사람은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서울은 무서운 느낌이 있었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와이프랑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전혀 공감하지 못함. 일단 사람의 규모, 생활의 규모에서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음. 그리고 부인하려 애써봐도 느껴지는 자격지심이 있음. 별 의미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시선도 정말 날카롭게 느껴짐. 나는 지방에서 올라왔으니 그 티를 내지 않으려고 말투부터 행동까지 조심했던 기억이 있음. 그리고 말투에서 티가 날까봐 최대한 말을 안했음. 


학원이 3층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학원 문 앞에서 속속들이 학원으로 들어가는 애들 옆에서 아버지 친구분 사모님을 기다림. 근데 무슨 학원에 친구들이 끊임없이 들어감. 내가 알고 있던 학원은 한 3~40명정도가 이용하는 그런 학원이었는데, 저안에 그럴만한 공간이 있나? 라고 생각하던 중에 학원 앞에서 아버지 친구분 사모님을 만남. 

7-8 년이 넘어서 만나는건데, 한눈에 알아봐 주심. 그나마 여기에 내편?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약간 느껴짐.


같이 당시 원장 선생님 (눈이 부리부리한 아주머니였음)을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들었던 첫마디가


"아 그 시골에서 온다는 그 학생이구나?"


시골? 이게 농담이야 진담이야 헷갈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첫날 수업이 시작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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