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와.. [589985] · MS 2015 · 쪽지

2019-01-11 19: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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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윤리교육과 디테일한 면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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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기 전에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저도 면접 준비하면서 오르비에 올라온 드릴. 님 면접 후기글 보고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보답하고자.. 전 점수는 어차피 안 될 거라 직감해서 진읍읍 점공도 안 했고 그냥 미련 안 남도록 경험 삼아 보러 갔습니다 ㅎㅎ. 


*면접 준비물 - 신분증. 신분증이랑 수험표(진읍읍 원서접수에서 뽑는 면접용 수험표) 빼고 다 가방에 넣으라고 해서 수험표 뽑아오길 잘 했다 생각했는데 결국은 필요 없었습니다. 애초에 공지에 올라온 유의 사항에도 준비물로 신분증만 명시되어 있었으니 수험표는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기념으로 뽑으려면 뽑으셔도..

*면접 전 대기실에 있었던 일의 순서는 조금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쓰는 것이라..

*면접장에서 저렇게 스무스하게 말했을 리가 없습니다. 긴장되고 떨려서 목소리도 가끔 떨렸을 겁니다 아마..


일단 관악까지 1시간 반 가까이 걸렸고 초행길이라 5시 50분에 길을 나섰습니다. 환승만 몇 번을 했는지.. 드디어 5511번 버스를 타고 관악사삼거리역에 내렸습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사범대가 나오더군요. 사범대 건물도 여러개라는 점에서 일단 문화 충격.. '역시 서울대다 ㄷㄷ' 


12동 앞에 선배님들이 나와서 응원해주셨는데 아쉽게도 윤리교육과는 없었습니다 ㅜㅜ 5층으로 올라가 대기실에 들어갔습니다. 앉아서 짐 정리 좀 하고 시계를 보니 7시 40분쯤이었던 것 같네요. 프린트해서 가져간 자료들이랑 전날 밤에 작성한 지원동기를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대기실 입장 시간인 8시가 되었고 (20명 지원에 17명 오셨습니다.. 이렇게 많이 오실 줄이야) 안내해주시는 분이 가져온 자료들, 폰 모두 가방에 넣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출석 비슷하게 이름 한 번씩 부르신 다음에 이제 호명하면 신분증이랑 짐 들고 앞으로 나와서 번호표 받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대기실이나 면접장 안에서 이름이나 신상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하셨고 나눠주는 번호표 왼쪽 가슴에 부착하게 되면 그게 면접 순서고 오늘 여러분의 아이덴티티라 하시더군요. 


+면접 진행 순서는 

앞 사람이 10분간 문제 풀이실에서 문제 풀이, 뒷사람이 어느 정도 같이 문제 풀이실에서 대기하다가 앞사람이 면접장으로 가면 바로 문제 풀이 시작. 그렇게 20분 단위로 계속 돌아감. 면접 중에 노크 소리 들리면 1분 남은 것, 문 열리면 시간이 다 된 것.


여튼 번호표 받아 가슴에 붙이고 짐까지 내고 나니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할 일이 없어서 졸리더군요. 저는 번호가 그래도 초반이라 그렇게 많이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적당히 졸다가 깨다를 반복했죠. 


대기실 앞에 마실 수 있는 물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마시지 않았으나.. 제 차례가 돼서 짐과 외투 들고 복도로 이동, 짐과 외투를 복도에 있는 책상 위에 두고 문제 풀이실로 이동했습니다. 문제 풀이실에는 제 앞번호 분이 문제 풀고 계셨고 저는 그 뒤에서 한 2분? 정도 대기했습니다. 10분은 탁상 전자시계로 잽니다. 


문제는 생각했던 것보단 쉬웠습니다. 제시문 내용은 정확히는 기억 나지 않지만

'요즘 학교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들이 많다. 교사들한테 이런 현상을 물어보니 우리 때는 그래도 잠은 안 잤는데 어떻게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이런 반응이었더라~' 뭐 이런 글이었습니다. 사실 제시문 안 읽어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이라 제시문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물음 1번 - 학교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잠을 자는 원인, 본인의 경험과 함께 말해 보시오.

물음 2번 - 교사가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가?

물음 3번 - 학교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잠을 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방법을 제시해 보시오.


일단 내용이 어렵지 않음에 안도하며 빠르게 답안을 작성해 나갔습니다. 지렁이 글씨긴 하지만 그래도 얼추 답안을 다 쓸 수는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10분이 짧으니 구어체로 쭉 풀어 적으려 하지 마시고 핵심만 짧게 적어 가세요. 전 22초 남기고 옆에 있는 물 한 잔을 마시고 면접장으로 향했습니다. (전 외투 벗고 갔습니다.)


면접장에 들어가 일단 인사부터 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인사는 '안녕하십니까, 윤리교육과에 지원한 OOO입니다.'였는데 이름을 언급하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안녕하십니까'라고 했습니다. 교수님은 두 분이셨는데 왼쪽엔 남자 교수님 오른쪽엔 여자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면접 며칠 전에 쓸만한 정보가 있나 싶어 윤리교육과 홈페이지를 눈팅했었는데 이때 교수님 얼굴을 유심히 봤습니다. 교수님 수가 적어 이 중에 2~3분 들어오겠다 싶었거든요. 실제로 홈페이지에서 봤던 분들이었고 어느 정도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여튼 왼편에 계셨던 남자 교수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남자 교수님을 교수1 여자 교수님을 교수 2라 적겠습니다.


나 : 안녕하십니까

교수1 : 네 어서 오세요.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어때요 문제는 쉬웠어요 어려웠어요?

나 : 생각했던 것보단 어렵지 않았습니다.

교수1 : 미리 예상한 문제인가요?

나 : 아.. 예상은 못 했습니다.

교수1 : 허허 예상은 못 했는데 쉬웠구나

나 : ㅎㅎㅎ..

교수1 : 자 그러면 물음 1부터 차례대로 답해보세요.

나 : 네 일단 학교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들의 원인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크게 3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이전 학년에서 배웠어야 할 내용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상 큰 문제가 없으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을 시켜줍니다. 이전 학년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용을 채울 기회가 없고 자연스레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되며 이는 흥미 감소로 이어져 결국 잠을 자게 됩니다. 두 번째 원인은 첫 번째와는 반대로 과도한 선행학습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겐 선행학습이 보편화 되어있다 보니 학교 수업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여겨 듣지 않고 잠을 자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고등학생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인데 야간자율학습으로 인한 만성피로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한 만성 피로가 아침의 졸음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첫 번째 문제의 요구 조건이 자신의 경험을 곁들어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는데 긴장해서 이걸 빼먹었습니다..)


다음으로 교사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 답하겠습니다. 저는 교사의 책임이 있기는 있으나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농담을 한다거나 수업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 올리고 졸음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제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교사의 책임이 크지 않다고 봅니다.


마지막 물음에 답하겠습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이전 학년에서 잘 배우지 못한 내용에 대한 보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분에 대한 보충은 학생 스스로가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가 도와줘야 합니다. 이는 방과후 학교와 방학 중 보충수업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방과후 학교와 방학 보충수업은 다음 학기 선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를 수정해 이전 학년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9시 등교제를 실시해 학생들의 만성 피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학생들의 만성 피로의 근본 원인은 절대적인 수면량 부족입니다. (이때 첫 번째 문제에서 자기 경험 곁들여 얘기하라는 조건 있었다는 게 기억나 뒤늦게 경험을 말합니다 ㅜㅜ) 저 같은 경우도 야간 자율 학습을 11시 반까지 했고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려니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연스레 아침 시간에 잠이 왔고 수업시간에 졸았던 적도 있습니다. 9시 등교제를 실시한다면 학생들의 수면량을 어느 정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3번 문제에서 1번 문제에서 언급한 선행 학습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떠오르는 해결책이 없었고 평소에도 현실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에.. 다행히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질문은 없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추가 질문)


교수1 : (살짝 웃으시며) 음..  9시 등교제를 실제로 실시하는 곳이 있어요?

나 : 네, 경기도 쪽에서는 이미 실시를 했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수면량도 늘고 아침 식사도 하게 되는 등..

교수1 : 고등학교에서도 이걸 실시했어요?

나 : (살짝 당황 - 내가 잘못 알았나??) 네 그런걸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1 : (좀 크게 웃으시며.. 오른쪽에 계시던 교수님도 웃으셨던 것 같네요) 그러면 아예 11시에 오고 1시에 오고 이러면 잠 하나도 안 오고 좋을 것 같은데?

나 : 음.. 그건 너무 늦어서 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1 : 아, 차질이 있다. 음, 9시에 온다 해도 애들이 늦게까지 게임하고 늦게까지 학원 가고 하면 지금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

나 : 늦은 시간에 학원을 가는 것은 정부에서 더 강력한 단속을 통해, 학생들이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문제는 가정지도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1 : (끄덕끄덕) 2번 물음에서 '교사의 책임이 있긴 있으나 크지는 않다'라고 했는데 그럼 잠자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 거예요? 대상을 하나로 특정해야 한다면?

나 : 굳이 하나 골라야 한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서 언급한 원인을 살펴봤을 때 첫 번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치고 큰 문제 없으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키는 시스템이 일단 문제입니다. 두 번째 선행을 하지 않으면 뒤처질거라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교육제도, 입시 환경이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늦은 시간까지 자율 학습을 해야만 하는 과도한 경쟁 구조 역시 제도의 문제라고 봅니다.

교수2 : 이전 학년에 대한 결손이 문제라고 했는데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도 하고 있는 유급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나 : (살짝 당황) 어.. 유급 제도는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여기서 좀 머뭇거림) 우리나라에서 재수나 삼수가 흔해지긴 했지만..(횡설수설;;) 그래도 특정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해서 1년을 통째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1 : 장래희망은 교사 맞아요?

나 : 네 맞습니다. (사실 아닌데 ㅜ)

교수1 : 여기 들어올 때는 다 교사라고 하다가 나중엔 다 교사 안 하려고 해 (웃음). 그럼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뭔지 말해봐요. (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 들림. 노크 소리는 1분 남았다는 뜻)

나 : 어.. 사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만 해도 다른 건 몰라도 교사는 절대로 안 해야지 생각을 했었는데요. 왜냐하면 매일 학교에서 보는 게 선생님이고 재미도 없어 보여서(웃음) 그런데 ~


답변 다 하고 나니까 문이 열렸습니다.(면접 시간 끝났다는 뜻) 

나 : 고맙습니다. (마땅히 다른 인사가 생각이 안 나서 고맙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말은 윗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고 들어서)

그리고 나서 교수님이 고생했다 뭐 이런 류의 말씀 해주시고 나와서 짐 챙겨서 곧장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면접 끝나고 엘리베이터나 화장실 이용 금지 - 혹시나 다른 면접자랑 마주칠까 봐)


+ 면접 끝나고 찾아보니 9시 등교제는 경기도에서 실제로 초, 중, 고 모두 실시하고 있다네요.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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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하나 빼먹은 거랑 중간에 한 번 버벅인 것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애초에 동아리 면접 빼고 면접이라곤 본 경험이 없는지라 많이 걱정했는데 잘 끝난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교수님 생각은 다를듯 ㅋㅋ) ㅅㅁㅎ에서 봤던 미친듯한 압박 질문?도 없었고 교수님들 분위기도 밝으시고 좋았구요. 다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과정이 너무 지겨웠습니다. 저야 초반이라서 괜찮았지만 후반 번호인 분들은 아침부터 있었던거 생각하면 2~3시간도 더 기다리셨을텐데..


아마 다시 안암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값진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적은 이 글이 내년에 면접 보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짤은 서울대 자하연 근처에 사는 오리 두 마리 ㅎㅎ 이름이 쀽뺙이라 하더군요. 얘들 오기 전엔 또 다른 두 마리가 살았는데 그 중에 한 마리는 고양이한테 물려갔다고 합니다.. 




+ 오르비에서 Zola 선생님 교/사대 면접 강의를 들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강의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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