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팬더 [636771] · MS 2015 · 쪽지

2018-03-27 21:50:20
조회수 4,593

최근 입시 관련 정책에 관하여

게시글 주소: https://mclass.orbi.kr/00016633943

학종만이 정의는 아니며, 내신만이 정의는 아닙니다. 수많은 이유 중에서 하나이기는 합니다만,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늘린 수시 뒤에 무엇이 따라왔습니까. 컨설팅이라는 또다른 형태의, 그것도 엄청 고가의 사교육마저 생겨났습니다. 내신 점수는, 세부특기사항은, 수상내역은, 우리의 입시를 100% 공정하게 치르게 할 수 있습니까? 이는 결국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던 고교 서열화를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당연히 내신따기 유리한 학교, 교내 활동이 많은 학교, 세부 특기사항을 많이 적어주는 학교, 수시로 대학을 합격시키는 비율이 높은 소위 <명문고>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고, 입시판은 디스토피아가 될 것입니다. 학교가 챙겨주지 않아 수능점수로 자신을 입증해야하는 학생은, 타 학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거나 교직원의 능력 또는 의지 부족으로 남들만큼 화려한 학생부를 가질 수 없었던 사람은, 뒤늦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공부를 시작하려는 만학도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수시로 대학을 갈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수시를 통해 얼마나 공정하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습니까? 자신이 왜 붙었는지,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학교에서 챙겨줘야만 지원이라도 할 수 있는 전형에 입시의 대부분을 맡기는 것이 공정한 경쟁이고 공정한 입시입니까. 이대로 간다면, 더 이상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저는 반수를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에서 컨설팅을 받는 비용이면, 제가 수능 공부를 2년 정도 더 할 수 있더군요. 저는 대부분 독학으로 공부했고, 그래서 반수비용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이와 같은 사례가, 쉽게 나타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사교육비의 절감이라고 보기는 많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떨어지고, 컨설팅을 받으면 반드시 붙는다는 바보같은 생각은 말이 안 되지만,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에 늘어난 수시는 오히려, 엄청난 고액의 사교육이 생겨나게 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학생은, 당연히 교직원과 학교 측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실은 이것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교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것이 학생부 작성 권한을 통해 학생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는 형태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교사는, 당연히 학생을 올바르게 이끌고 적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실은 이것도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대학 보내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학에서는 학생을 뽑아야 합니다. 교사에게 모든 부담과 책임을 씌우고 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생의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면, 대학은 학생을 뽑는 것입니까, 학생 생활기록부를 뽑는 것입니까, 아니면 학생부를 잘 써준 교사를 뽑는 것입니까.
물론, 학생마다 가진 재능이 아니고, 그것이 수능 쪽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생긴 전형이 수시전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수시 전형은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합니까. 물론 수시로 합격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뽑힐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잘하는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수시가 정시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은 당연히 저급하고 쓰레기같은 발상이 맞습니다. 하지만 수시 내부에서만 보면, 그것이 얼마나 공정한 전형입니까? 수시 전형이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수시로 대부분의 학생을 뽑으며 수능최저도 폐지하노라고, 우리는 말할 수 있습니까?
사회적 정의를 위해 학종과 내신이 도입될 수는 있습니다. 도입되어야 합니다. 또한, 저는 학종과 내신으로 대학에 합격한 모든 수험생과 대학생이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시를
모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입시를
처한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노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입시를
대학을 가려는, '사람이 먼저인'.
그런 입시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끝끝내 유토피아에는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디스토피아로부터는 최대한 멀어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75020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