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망친 고3 학생들에게
이번 수능 좀 어려웠지요?
생각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을 많은 후배들에게 그냥 짧은글 생각나는대로
몇자 적어볼까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수능을 본건 96년도 이맘쯤이었습니다. 그 어렵다는 불수능 97 수학능력시험..
시험장에서 언어 푸는데 마지막 지문만 20분정도 읽고 또 읽었는데 4문제 중에서 2문제 맞추고...
그나마 가장 자신있어하던 수학에서 6~7문제를 손도 못대보고 찍고...
외국어는 또 왜 이렇게 어려운지... 수능 치고 학교 정문 나서는데 자꾸 눈물이 나올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정말 잠시였어요. 슬픔은... 그냥 수능이 끝나서, 그 지겹던 수능이 어떻게든 끝나서
마냥 좋았지요. 다음날 수능 채점해보고 고3 기간 동안 10번도 넘게 봤던 모의고사 최하점보다
더 낮은 점수가 나온걸 보고 순간 멍했지만 어떻게 되겠지란 생각에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지요.
한달여라는 시간이 지나 수능점수가 나오고 (가채점과 0.5점도 다르지 않게 정확하게 나오더군요^^)
점수에 맞춰 대학을 쓰고 전라북도 촌놈이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학점 관리는 하지 않고 그냥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그리고 대학 2학년을 마칠쯤
군대에 갔고 30개월 군복무 잘하고 다시 복학할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지요...
그때 제 나이 24살... 작은 보습학원에서 학원강사를 했습니다. 수학을 가르쳤지요.
수학 공부해본지 너무 오래되서 퇴근하면 정석 풀고... 다시 학원가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우고...
그때 잊고 있었던 고등학교 시절 제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보내고
아무생각없이 원하지도 않은 대학에 가서 그냥 별 생각없이 지냈던 시간들을...
그때서야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학원에서 대충대충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니
그전에 몰랐던 제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고2때 공부가 뭔지, 인생이 뭔지 방황했던 시절...
고3때 다시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공부가 잘 되지 않아 대충 보냈던 하루하루...
당연한 결과로 받은 초라한 수능점수...
사실 수능을 망친게 아니라 그냥 그 점수가 제 실력만큼 나온 점수였습니다.
거의 5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서야 깨달았습니다.
수능을 망쳤다는 생각으로 5년이라는 시간을 대충 보냈구나. 꿈도 목표도 없이 보낸 5년...
그 시작은 바로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한 그 시간 이후였습니다.
대충 대학들어가고 대충 학점관리하고 어떻게 되겠지란 생각을 가진게...
바로 97수능 이후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가 받은 수능점수는 제 인생에 별개 아닌 것이었습니다.
그 점수가 내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점수에 맞춰 내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에 들어가서
정말 열심히 했더라면...수능이라는 시험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렇게 쉽게 제 소중한 인생을 대충 보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고3 여러분...
생각보다 시험을 못 봤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시험의 난이도로 인해 전체적으로
수능점수가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수능을 망쳤다는 생각으로 대충 대충 하루하루를 보내지
마시라는 겁니다.
여러분 원래 꿈이 있고 목표가 있지 않았었나요?
그 꿈이 수능이라는 시험으로 끝날리 없습니다.
설사 원하는 대학에 못가면 어떻습니까...
결코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인생을 사시길 바랍니다. 다른 공신 분들의 말처럼 여행도 다니시고
아르바이트도 하시고 이성교제도 하시구요^^
설사 수능을 망했을 망정 여러분의 아직 피지 못한 찬란한 인생이 망가지면 너무 아깝잖아요^^
전 고2때까지 의사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2때 모의고사 점수가 많이 떨어져
아주 쉽게 꿈을 포기했었지요. 그리고 점수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고 대충 대충 5년 보낸 후
깨달았습니다. 다시 내 꿈을 이루자..
2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도서관 다니며 수능 공부하는 내 모습에 초라함을 느끼며..
떨어지면 어떻하지라는 불안감에 잠을 설치며 정말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매일 가지며...
힘겹게 2003년도에 수능을 다시 보게 되었지요..
지금 33살이라는 나이에 병원에서 힘들지만 나름 즐겁게 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내 버려진 5~6년을 후회하면서... 그때 좀 더 치열했다면...이란 생각도 해보구요.
저와 마찬가지로 원하지 않던 대학에 들어간 제 친구가 있습니다. 서울대를 원했지만
지방대 수학교육을 들어갔지요. 원래 꿈이 학교 선생님인데 서울대 나온 선생님은 되지 못 했지만
지금 훌륭한 수학선생님이 되어있습니다.
여러분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수능 망했다는 생각에 여러분의 꿈을 잃진 마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와뭐냐
-
맨날 존나잘풀었다 싶으면 갑자기 막 2번 20번 이런거 단순실수로 틀림 결국 수능...
-
내 웃긴 연애썰 2
중 123 다 매년 다른 애랑 사겻는데 내가 좋아하면 다 사겻서 일단 다 남사친에서 시작햇듬
-
그래서 태어나서 짝사랑만 해봤다면 안 믿으시겠죠
-
포기해야함?
-
살.자마렵네요
-
돌이켜보니까 뭐 오답 제대로 한것도 두달간 없는거같고 과장인지 진짜인지 모르겠는데...
-
탐구 평균이니까 13 맞아도 2로 들어가는거죠? 국 1 영 1 탐구1 1 탐구2 3...
-
나 짝사랑 20
3년 반했어 사실 첫사랑이라 조금 미련있었는데 올해 연해한다길래 놓아줬어 다들 짝사랑 해봤니
-
물리 아예 노베이스 인데 생지 하다가 생명이 너무 안맞는거같아서 물지로 바꾸려는데...
-
좋은 아침입니다 5
12시라길래 오 설마 낮인가? 싶었는데 밤이군요..
-
진짜 미신같은데 노트에 이상형 엄청 자세하게 몇개여도 상관엊ㅅ으니까 100개여도댐...
-
미분 파트 만큼 좋은가요? 개인적으로 미분 파트 감명깊게 듣고 적분 찔끔 맛만 봤다...
-
분석해 드립니다
-
물리력 키워야 하는데 10
매일 씻네
-
풀어도 될까요 시중실모랑 다른 느낌인거 같아서
-
삼수하면된다는마인드로 예상댓글)재수기만
-
발 시려워
-
한국사 반영 거의 안되는거로 알고있는데 혹시 수시마냥 한국사 5등급 이하면 정시...
-
당근,번장 보니까 없더라구요 ㅜㅜ 파실 분 계실까요
-
나만 알고 있어야하는데
-
고2 모고 기준 영어,지구 2등급인거 빼고는 다 1등급이였습니다 국어:(아직 잘...
-
1월 초 쯤 끝낼 예정이라 Tim이나 빌런 들어가기는 너무 이른데... 25학년도...
-
너드남과 연애 24
기원 (잘생긴)
-
어렵다는 걸 인지를 못하는 게 아닐까? 왜 수학 고정 100인 애가 5등급이...
-
아.
-
수학에는 수학의 바이블.수학의 정석 등 수학 기본서가 있고 과학에는...
-
하세요. 아마 곧 강사님들 Q&A도 막힐 거라서 갑자기 뭐가 궁금한데 q&a는 이미...
-
24학번 경영학과 104.77:1 최초합격자입니다. 궁금하신 거 질문주시면 답변...
-
우리학교자랑 4
이런거있음 근데 안가본 학생들이 더 많다는게 슬퍼
-
은 일주일 뒤에 실컷 구경 가능하니 지금은 꾹 참고 컨디션 관리와 수능 당일...
-
작년 6,9,수능 모두 90초반 받았습니다 영어 근데 전 단어나 이런 걸 엄청 많이...
-
그레이엄수 4
를아시나요?
-
다들 수능 잘치고 캠퍼스서 존잘남/존예녀랑 연애하는 꿈 꾸세요
-
이건 아마 후속곡 이건 타이틀곡 뮤비 구 동방신기 JYJ 김재중이 만든 걸그룹인데...
-
아무래도 기초가 탄탄해져야지? Worthwhile 2등급 Deserve하지요
-
수학수완실모 1
수완뒤에 실모 1회차 풀어보신 분들 88정도면 어느정도 실력일까요 수능은 수학...
-
연애하고싶다 8
으에엥 ㅜㅜㅜㅜ
-
9덮정도의 공통 객관식 공통 주관식은 6평정도로 평이하게 미적은 작수수준
-
혹시 본인 짝녀 말하는거임?
-
그리워하는데
-
고3 자습도 9월달 돼서야 주기 시작해서 그마저도 앞에서 수업할테니 들을사람...
-
[칼?럼] 수능 얼마 안남아서 불안하신 분들께.. 12
수능 치러 갈때 무조건 커하를 찍어야한다라는 강박감이랑 하나라도 실수하면 ㅈ된다라는...
-
수능 전날 계획 0
마동경 1화부터 12화까지 연속 시청 (6시간)
-
수능 전날에 14
친한분들께 응원 메세지 보내드리겠어요
-
사탐런 친 07 정시파이터입니다 사문 고정박고 한지 세지 고민중인데 뭐가 더...
-
생명과학 0
투표 한번씩만 하고 가주세요 현우진 강민철 한종철 백호 조정식 차영진 배성민 한석원...
-
수능이 오는구나 0
이왜진
-
가끔 난 날 못 믿어 11
자꾸 숨기는 나도 난 싫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 한의사가 꿈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아쉬워서.....
인생에 미련이 남을까봐 포기를 못하겠습니다
이 글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위안 되는 글이네요. 어제도 울며 밤을 지새웠는데, 감사하네요.
ㅠㅠ 아... 감사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