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중하위_지문이해에 지장을 주는 어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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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독해 능력을 언어심리학적으로 분석합니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자기평가방법, 학습목표, 학습방법을 제시합니다.
*타인의 콘텐츠를 참고하지 않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이 있어요”
“지문을 읽고 나서 기억이 나지 않아요”
“자꾸 돌아가서 다시 읽어요”
3등급 이하의 학생들에게서 위와 같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 중에서 어느 정도 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위의 어려움에 겪는 분들 중 전부를 위한 글은 아닙니다. 읽으면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인지 판단하고 계속 읽을지 결정하세요.
먼저 저 아래 제시한 방법을 따라보고 본인을 위한 글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을 이해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글을 읽은 후 다시 글의 내용을 재현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한 문장이라면 이해하지 못해도 거의 재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이 중문, 복문의 문장 셋으로 구성된 단락을 재현하려면 ‘이해’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해란 ‘자신의 지식/감정/사고 체계 안에 편입을 시키는 것’입니다. 이해가 이해되나요? 이렇게 설명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검은색 옷을 ‘고급스럽다’고 보고 선호합니다 다른 사람은 검은색 옷이 ‘어둡다’고 하여 선호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 앞에 어떤 사람이 검은 suit를 입고 지나갑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와 멋지다’고 합니다. 여기에 다른 사람이 놀라며 ‘나는 네가 이해가 안돼’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검은색은 어둡고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감정 체계에 편입을 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하면 새로운 정보를 자신의 기존 체계에 한동안 부착하거나 장기적으로 이식할 수 있습니다. (단기기억, 장기기억 이런 말을 다 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기억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글이 길어지면 이해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기억할 것도 너무 많아져서, 이해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아직은 긴 내용을 정리하는 전략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단락 정도는 이해=기억 해야지요.
이제 아래 지문을 보면서 이해=기억을 할 수 있는지 보세요.
읽고, 지문에서 눈을 떼고 종이에 적어 보세요. 만약 지문이 너무 눈에 익고 다 아는 것이라면 다른 새로운 지문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2017학년도 수능입니다.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는 지식을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처럼 경험과 무관한 것과 과학적 지식처럼 경험에 의존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그중 과학적 지식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 누적된다고 주장한다. 가설은 과학적 지식의 후보가 되는 것인데, 그들은 가설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예측을 관찰이나 실험 등의 경험을 통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함으로써 그 가설을 시험하는 과학적 방법을 제시한다. 논리실증주의자는 예측이 맞을 경우에, 포퍼는 예측이 틀리지 않는 한, 그 예측을 도출한 가설이 하나씩 새로운 지식으로 추가된다고 주장한다.
어떤가요? 충분히 적을 수 있었나요? 글의 표현을 그대로 암기해서 적으려 하면 안됩니다. ‘내용’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읽은 후 다시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음속으로 이해했다고 대충 생각하면 독해력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해한 것을 글로 옮겨 적어 보지 않고서는 정말 이해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위 단락 다음 단락의 첫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하지만 콰인은 가설만 가지고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고 본다.
위 문장을 읽은 시점에서 이 문장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면 대답을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첫 단락의 내용을 적지 못한 사람은 이 문장을 보고도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합니다. 문자 그대로 ‘콰인은 ~’라고 되풀이할 뿐입니다. 이 문장은 첫 단락의 주요 내용을 지목하면서 콰인이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의 주장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문장이 문자 그대로 말하는 것만 아는 사람은 1. 첫 단락의 내용을 파악하고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2. 두 번째 문장을 통해 앞의 내용을 상기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첫 단락의 내용은 그저 기억속에서 밀려납니다. 두 번째 단락의 첫 문장은 첫 단락의 내용을 다시 불러내고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알려주는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앞 단락의 기억을 reset하는 문장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문장은 잘못이 없습니다. 이미 첫 단락을 읽을 때 ‘이해’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첫 단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단어를 대충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다시 지문을 보면 아래와 같이 주요 단어를 표시해 두었습니다. 이것들을 키워드라고 할 수도 있겠고, 각 단어의 의미를 잘 알아야 단락의 내용을 잘 정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단어의 ‘의미’로는 조금 부족하고 단어가 뜻하는 ‘개념’이 속한 지식체계를 알아야 단어를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는 지식을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처럼 경험과 무관한 것과 과학적 지식처럼 경험에 의존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그중 과학적 지식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 누적된다고 주장한다. 가설은 과학적 지식의 후보가 되는 것인데, 그들은 가설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예측을 관찰이나 실험 등의 경험을 통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함으로써 그 가설을 시험하는 과학적 방법을 제시한다. 논리실증주의자는 예측이 맞을 경우에, 포퍼는 예측이 틀리지 않는 한, 그 예측을 도출한 가설이 하나씩 새로운 지식으로 추가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가설’은 아래와 같은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아래 것은 포탈 d의 것이고 아래 것은 포털 n입니다. N은 국립국어원의 사전 정보를 받아서 서비스합니다.
가설 : 어떤 사실을 설명하려고 임시로 세운 이론
가설 :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어떤 이론 체계를 연역하기 위하여 설정한 가정.
이로부터 이론적으로 도출된 결과가 관찰이나 실험에 의하여 검증되면, 가설의 위치를 벗어나 일정한 한계 안에서 타당한 진리가 된다.
만약 가설에 대해 위에 인용한 각 첫 줄의 것만 알고 있다면 단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벽돌을 쌓은 사이 사이에 빠진 부분이 있어 시멘트로 메워 넣어야 할 구멍이 있는 것 같을 겁니다. 하지만 가설에 대해 아래쪽 ‘이로부터~진리가 된다’의 내용도 알고 있다면 어떨까요? 가설의 의미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이 개념이 속한 지식체계 전체를 안다면 거기에 이미 과학이론(지식), 실험, 진리(이론), 결과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래 지문에서 단어가 속한 지식체계에 어두워 지문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2016학년도 6월(?)
변론술을 가르치는 프로타고라스(P)에게 에우아틀로스(E)가 제안하였다. “제가 처음으로 승소하면 그때 수강료를 내겠습니다.” P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E는 모든 과정을 수강하고 나서도 소송을 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러자 P가 E를 상대로 소송하였다. P는 주장하였다. “내가 승소하면 판결에 따라 수강료를 받게 되고, 내가 지면 자네는 계약에 따라 수강료를 내야 하네.” E도 맞섰다. “제가 승소하면 수강료를 내지 않게 되고 제가 지더라도 계약에 따라 수강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승소는 소송에서 승리함이지요. 소송에서 승리를 하려고 하면 소송에 참여를 해야 하지요. 소송을 걸거나 피소를 당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승소와 소송을 잘 모르다 보니 4번째 문장에서 소송이 등장한 것을 보고, ‘승소하면~이라는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소송을 걸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승소하면 수강료를 내겠다, 소송을 안한다 이런 내용이 전혀 무관한 별개의 행동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은 단어로 예를 들었지만 단어가 속한 체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좀 더 수준 높은 단어 사이에서 체계를 아는 것 역시 난이도 있는 지문의 이해에 영향을 미칩니다.
고양이-포유류-척추동물-…이렇게 의미가 줄줄이 연상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양이 보면서 척추동물 범주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오히려 고양이-개-눈-김완선 이런 식으로 체계적이지 않으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사람의 경험에 따라 만들어진 네트워크에 의해 연상이 됩니다. 소송과 승소/패소는 의미상 상위-하위의 포괄관계가 아니지요. 마찬가지로 가설도 예측, 시험, 경험 등을 포괄하지 않습니다. 가설이라는 단어, 개념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늘 같이 사용되는 이웃 단어인 것이지요. 의사-간호사(굳이 의료인으로 묶을 수도 있습니다만), 토끼-거북이, 이순신-세종대왕 등도 그렇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단어는 개념이 속한 체계와 상황에 관한 지식을 능숙하게 연상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해 져야 읽기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특히 등급이 낮은 학생들 사이에서 단어를 잘 모르는 학생을 꽤 많이 보았습니다. 단어를 안다/모른다의 차원이 아니라, 아는 단어를 잘 안다/잘 모른다의 차원입니다. 아는 단어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어휘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휘력이 불완전하여(양보다 질적인 문제이지요) 문장이나 글 이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PS
어휘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을 대략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단어 습득하기
1. 새로운 단어를 만날 수 있는 대화와 독서 습관이 필요하다.
2. 다채로운 단어를 사용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3. 독서를 통해 구어(口語)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4. 독서를 통해 단어가 글에서 어떤 정보와 함께 사용되는지 익힌다
5. 학습자의 연령이 낮을 경우 단어에 다양한 의미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이후 스스로 학습됨을 기대할 수 있다.
학습하여 단어 익히기
1. 사전적 의미를 익힌다
호응 : 부름에 응답한다는 뜻으로, 부름이나 호소 따위에 대답하거나 응함.
2. 의미 외에 수반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호응하는 사람은 호응할 대상에게 호응할 ‘이유’가 있다.
3. 독해 경험을 통해 단어를 읽고 이해하는 데 능숙하게 한다
글에서 <00가 [△한 또는 △의] 부름에 호응할 ◇◇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4. 익숙해진 단어를 통해 글을 내용을 쉽게 파악한다
00가 [△한 또는 △의] 부름에 호응할 ◇◇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찾는다
그의 빼어난 웅변은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 웅변의 내용에 궁금증을 갖는다. 웅변의 내용과 대중의 생각을 연관짓는다.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호응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자 방송국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프로그램의 개편 내용에 궁금증을 갖는다. 개편 내용이 시청자들의 요구에 맞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5. 유사 단어를 익힌다
상응 : 서로 응하거나 어울림, 호응은 A가 B에 대해서라면 상응은 A와 B가 서로.
부응 : 어떤 요구나 기대 따위에 좇아서 응함, 호응은 사람의 말, 행동에 대한 반응 행동이라면 부응은 내면적인 것에 대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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